[21세기 新한일관계(上)]일본의「진실된 마음」이 중요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본 국빈(國賓)방문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많은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김대통령의 이번 방일(訪日)은 특별하다. 한일 양국이 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방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양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를 다짐해 왔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다짐만으로 풀리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최근 실시된 한 국내 여론조사에서 신세대로 분류되는 20대가 ‘천황(天皇)’이라는 호칭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아직도 과거와 미래가 현재 속에 뒤엉켜 있다.

김대통령은 이런 한일관계를 두고 “65년 한일협정 이래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불행한 관계”라고까지 말한 적도 있다. 김대통령은 그래서 이번 방일을 계기로 양국이 해묵은 과거사의 고리를 끊고 말 그대로 ‘21세기 신(新)동반자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양국은 적어도 21세기에는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본이 돕는 문제나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양국의 공동보조도 그 중 하나다.

양국은 또한 21세기 ‘신(新)동북아 안보질서’ 구축을 위한 중심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냉전 종식 후 동북아의 위기관리를 위해 양국은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나아가 2002년에는 월드컵축구대회를 공동개최한다.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2002년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위한 기초가 놓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자 발판이 되는 셈이다.문제는 진실된 마음이다. 일본이 과거사문제는 물론 미래에 대해 진정으로 함께 나아갈 마음이 있다면 한국도 과거사를 뛰어넘어 이에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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