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도 국회 공전…「정치공백」 언제까지?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국회 정상화의 시점이 또 다시 다음주로 넘어갔다. 국회는 정부수립 50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여전히 공전상태로 맞게 됐다.

한나라당은 14일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이기택(李基澤)총재권한대행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재투표수용’제안을 받아들여 종전의 ‘동의안철회 후 재제출’당론을 변경했다.

의총에서 이대행과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는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자”고 말했고 대다수 의원들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찬진(金贊鎭) 이신범(李信範) 서훈(徐勳)의원 등은 “3월초에 투표했던 투표함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백기투항’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소장파의 반발을 의식한 듯 당초 여야간 상임위원장 배분이 타결되면 이날 오후 늦게라도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당 지도부는 국회정상화 시점을 다음주 초로 넘기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회의는 국회정상화가 또다시 지연되자 “도대체 한나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거칠게 성토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아침까지 본회의를 열겠다고 약속해놓고…. 정말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격분했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의 막판 버티기를 원구성 협상에서 보다 많은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이 때문에 총리임명동의안 문제로 “한나라당측에 줄 것은 주라”며 조급증을 보여온 자민련을 원망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국민회의 당직자들이 원구성 지연을 놓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강하게 질책을 받았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이 감지하고 마음이 급해진 국민회의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민회의 당직자들에게 “타협을 하려면 확실히 하고 타협이 안되면 한나라당의원들을 영입해서라도 원구성과 총리임명동의안을 끝마치라”고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를 다음주로 미루자 몸이 달아있는 상태다.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오후 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의 총리임명동의안 처리 및 원구성 연기방침을 수용한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의원들은 “의장이 독단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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