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체제의 한나라당]사안따라 「협상-강경」전략펼듯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21분


“가장 적절한 인선이다.”

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직후 이기택(李基澤)부총재가 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명되자 한나라당 각계파는 일제히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총재단회의에서 조순(趙淳)총재가 밝힌 것처럼 이총재대행은 다양한 대여(對與)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 특히 통합민주당 시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야당을 이끌면서 자기 고집을 철저히 관철할 만큼 김대통령의 ‘수(手)’를 잘 읽는 정치인이어서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김대중 정권과 맞서 야당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밝힌 것도 한나라당의 행보가 기본적으로 강성으로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대행 체제가 강경 일변도로만 치닫기에는 한나라당을 둘러싼 여건이 그리 만만치 않다. 당내에서도 자유투표로 실시된 국회의장선거 패배를 이유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이와 관련해 이대행체제 하의 한나라당은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나 국회부의장 선출문제는 여야협상을 진행하되 상임위원장 배분이나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 등에 대해서는 양보없이 강경히 맞서는 ‘일면협상 일면대결’의 분리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행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표류하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양단간에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계파보스로 구성된 부총재단까지 사임함으로써 원내전략을 구사하는 데 몸이 가벼워진 점도 새 체제의 탄력 대응을 가능케 하는 요인.

따라서 총리임명동의안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대화는 빠르면 주말부터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국회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관측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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