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왜 개혁지원않나』 국민회의 『왜 권한안주나』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국민회의가 ‘동면(冬眠)’에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 후 6개월이 지나도록 국민회의는 ‘집권 제1당’에 걸맞은 행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당관계자들도 이런 비판을 수긍한다. 특히 거세게 몰아붙여야 할 개혁추진과정에서 국민회의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관계자들은 고개를 숙인다.

더욱이 몇몇 정책수립과정에서는 혼선과 능력부족으로 ‘준비안된 여당’의 진면목만 보여줬다는 호된 채찍질도 당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권내에서 진단이 엇갈린다. 청와대는 당의 태도가 불만이고 당은 당대로 청와대를 원망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주 국민회의 주례당무보고 때 당을 질책하고 분발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주례보고 등을 통해 당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지도부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의 생각은 정반대다. 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당에 권한을 주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한다.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을 너무 소외시키고 독주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일부에서는 “집권기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당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김대통령이 간과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실제로 국민회의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인 제약요인이 없지 않다. 우선 지도체제가 ‘대행체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국정운영을 위한 ‘시스템’의 부재다. 광범위한 국정운영과 개혁을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여야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정협의도 극히 일부의 정책분야에 그치고 있고 고위당정협의도 형식적이어서 중요 정치현안에 대해 고도의 판단을 내리는 실질적인 당정협의체는 없다.

이런 점에서 국민회의가 제안해 구성키로 한 개혁추진위원회가 국민회의의 ‘장래’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도 있다. 정부 각 부처의 실무개혁작업을 점검하고 지휘하는 개혁추진위의 활동이 성공할 경우 당의 위상이 급격히 제고될 것이라는 게 당관계자들의 기대다.

이 때문에 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개혁추진위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