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루빈 美재무,신속한 재벌개혁 요구…金대통령과 면담

  • 입력 1998년 7월 1일 19시 40분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1일 “한국의 경제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재벌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사회 전계층의 고통분담과 재벌의 신속한 개혁을 요구했다.

30일 방한한 루빈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하고 하얏트호텔에서 노동계 및 중소기업 대표들과 잇달아 만난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루빈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말 40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가 3백90억달러를 넘어서 한국이 외환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본다”면서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 G7 국가들이 2선자금을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루빈 장관은 “김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경제 개혁 노력과 굳은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미국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루빈장관은 “미국 정부는 일본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통화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루빈장관은 이어 “엔저 해결의 출발점은 일본이 부실은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정상화되어야만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빈장관은 기자회견에 이어 대우 현대 LG SK 등 그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재벌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주목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구조조정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뒤 빅딜에 관해서는 “5대 그룹은 빅딜에 대해 동의는 했지만 자산 평가 등 절차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루빈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일본 엔화가 안정돼야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박선숙(朴仙淑)청와대공보비서관이 밝혔다.

루빈장관은 이어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가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없을 것임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고 중국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과 중국 정상은 남북한 대화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고 박비서관이 전했다.

루빈장관은 노동계 대표들에게 “금융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계의 참여와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단기차관을 장기로 전환하는 등 한국 금융권이 붕괴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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