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총재경선 주자들,벌써 상대방 헐뜯기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한나라당의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순(趙淳)총재 중심의 당권파와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김윤환(金潤煥)부총재측의 비당권파가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전당대회 문제는 8월31일 소집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이후 ‘내홍(內訌)’은 확대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재경선을 겨냥한 당권싸움에다 ‘7·21’재 보궐선거 후보공천, 국무총리인준문제 등이 겹치고 있기 때문. 한 중진의원은 “주인이 없어 당이 깨지지 않고 있을 뿐 당이라고 얘기하기도 창피한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물론 갈등의 뿌리는 당권싸움. 당권경쟁에 다른 사안이 겹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조총재와 이명예총재 이한동(李漢東) 김윤환 김덕룡(金德龍)부총재 등은 벌써 대의원 표단속과 합종연횡 모색 등 본격적인 경선준비에 들어갔다. 경선주자들은 사사건건 상대방을 헐뜯는 등 이미 경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부영(李富榮) 맹형규(孟亨奎)의원 등 초 재선의원들은 총재경선이 계파간 세대결로 치러지면 당이 깨질 위험이 있다며 구당(救黨)을 기치로 ‘탈계파선언’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다 막판에 지지후보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의 움직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초 재선의원들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대세몰이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 강하게 일고 있다.

여기에다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강삼재(姜三載) 강재섭(姜在涉)의원 등 차세대를 노리는 중견의원들은 ‘새세대 역할론’을 내세우며 세대교체론 확산을 모색중이어서 당권경쟁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명예총재에 대한 종로 보선 출마압력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이 또한 분란 증폭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22일 강릉을 재선거 출마선언을 한 조총재는 “당이 맞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직접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면서 이명예총재의 출마를 또다시 종용했다. 이날 열린 서울시 지구당위원장 모임에서도 이명예총재가 종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뤄 불출마를 고집하는 이명예총재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지도부와 중진의원들 사이에 ‘서리’ 꼬리를 떼줘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으나 초 재선의원 중 상당수는 아직도 ‘인준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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