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개혁성과 따라 8,9월 부분개각 할수도…』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3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6일 오전9시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각 부 장관의 보고를 주로 듣기만 하던 이전과는 달리 보고 도중 계속 질문을 해 국무위원들이 진땀을 흘렸다.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에게는 “실업예산 9조6천억원 중 왜 지금까지 2조원밖에 집행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고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노숙자대책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으로 흐르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김대통령은 내각을 질책했다.개혁의 방향은 제대로 잡았는데 무엇 하나 되는 게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국민이 (현재의) 장관들 가지고 안되겠다 했을 때는 대통령으로서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해 장관들을 긴장시켰다.

김대통령은 물론 “개각계획이 없다”고 전제하고 말했고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장관들을 독려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하기는 했다. 그러나 평소 김대통령의 어법으로 미뤄볼 때 불가피할 경우 개각고려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14일 귀국기자회견에서 “벌써 개각을 하는 것은 국정을 해치는 것으로 개각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외교안보문제는 차질없이 잘하고 있다”며 차별화를 했다. 김대통령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질책을 당한 장관들은 대부분 경제팀이었다. 또한 금융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장관들에 대해서는 미비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즉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에게는 금융 기업개혁의 리더십을,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에게는 은행에 대한 장악력을 주문했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에게는 공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것이 일부 경제장관의 경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당장은 아니고 김대통령이 금융 기업구조조정 시한으로 정한 8,9월경 개혁의 성과에 따라 부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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