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5월 31일 20시 4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태풍의 눈’은 사정(司正)과 정계개편, 각당의 체제정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사정 ▼
당국은 이미 선거후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 사정을 예고해 왔다. 여권은 또 이미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을 해 현 여소야대(與小野大)구도를 깨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이런 가운데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여야의 지도체제 개편을 위한 전당대회의 조기 개최 가능성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사정선거후 이뤄질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사정과는 별도로 정치권 사정은 우선 ‘기아 리스트’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선거후 김선홍(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과 기아그룹 사장출신인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의 정치권 로비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며 “현재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이의원을 조기 소환하는 것은 물론 조사과정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치인은 여야를 불문하고 법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분명한 사정의지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현재 검찰은 김전회장과 이의원의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중”이라며 “한달이 걸리든 일년이 걸리든 이들의 정치권 로비실상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사정당국은 새 정부에서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시중의 지적에 따라 공직사회와 국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 등의 비리 실태를 내사해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 정계개편 ▼
여야는 선거직후 정계개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선거결과에 따라 그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에서 승리하고 영남지역에서 선전할 경우 정치권 지각변동 차원의 정계개편은 봇물처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6대 총선을 겨냥한 수도권 및 일부 영동지역의 야당 의원들이 여권을 노크, 여권이 훌쩍 과반수를 넘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기와 강원 등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영남권에서도 여권의 지지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면 정계개편은 다소 주춤할 개연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여권은 이미 공을 들여온 수도권 강원지역 의원들 10여명을 입당시켜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을 무너뜨린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과 자민련 국민회의간의 물밑접촉도 이같은 정계개편 구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지도체제 개편 ▼
선거후 자연스럽게 여야 내부에서 지도체제 개편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현재의 총재권한대행체제를 대표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진의 실세화를 위해 최고위원체제로 가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체제를 어떻게 개편할지는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국구상과 정계개편이 맞물려 갈 수밖에 없어 아직은 변수가 많은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선거후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김윤환부총재쪽이 조기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두사람은 당내에 실질적 세력이 있는 자신들이 당을 장악해야 대여(對與)관계에서 힘을 얻는다며 체제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순(趙淳)총재쪽은 가능한한 전당대회 소집을 미룬다는 입장. 때문에 전당대회소집시기와 당권을 놓고 주류 비주류간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