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가 26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은 대통령의 권한강화와 행정조직의 ‘경량화’가 그 핵심이다.
대통령은 장관급의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를 산하에 두게 돼 국정장악의 양대 축인 예산권과 인사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에 부합하는 이같은 권한강화는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다. 중앙인사위도 공무원인사제도에 대한 심의의결권과 소청기능, 1∼3급 고위공무원인사의 적법성 심의기능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정개위원인 박상천(朴相千)국민회의원내총무는 이와 관련, “인사위는 인사의 적법성만 따지고 정실인사여부 등 장관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는다”며 인사위 권한에 대한 각 부처의 ‘사시(斜視)’를 불식하려 애썼다.
국무총리실의 권한강화도 눈길을 끄는 대목. 통일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폐지하면서 두 분야의 정책조정기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국무조정실로 이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무총리실은 공보처가 폐지축소된 공보실을 흡수, 정부대변인의 역할도 맡는다.
김차기대통령이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차원에서 추진한 행정조직의 경량화는 33명인 장관급을 24명, 21명인 국무위원을 16명, 67명인 차관급을 57명으로 축소,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정개위는 현실 여건상 이번 개편안에는 반영하지 못했지만 중장기과제로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처의 산업기술기능,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산업기술부 △과학기술처의 기초과학연구기능과 교육부의 기능을 연계한 교육과학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를 통합한 복지노동부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뒤 앞으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몇가지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이미 나오고 있다.
먼저 대통령의 권한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강력한 리더십’은 효과적인 국정운영 뿐만 아니라 ‘독선(獨善)’의 가능성도 필연적으로 내포한다. 정개위는 인사위가 장관의 인사권은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의 생리는 항상 ‘월권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또 권한강화는 곧 책임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사시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개위 논의과정에서 제기됐듯이 그동안 외교에만 전념해온 외무부 중심으로 재편된 통상업무도 충분한 사후조치가 뒤따라야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외교통상부장관과 통상협력본부장과의 유기적인 역할분담도 우리로서는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조직개편안과 함께 앞으로 추진될 각 부처 직제조정의 내용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