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대화/스케치]『국민께 미안해 못 웃어』

  • 입력 1998년 1월 19일 07시 46분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김대중차기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대화주제에 따라 폭소와 한숨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후 6시반경 공개홀에 도착한 김차기대통령은 사진기자들에게 가볍게 포즈를 취한 뒤 사회자인 봉두완 정은아씨로부터 진행순서를 사전 청취했다. 김차기대통령이 입장하자 8백여명의 방청객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고, 김차기대통령은 손을 들고 활짝 웃으며 답례했다. 그는 이날 26개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해 22개의 질문만을 받았다.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봉두완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야당총재시절보다 고생이 많은데 야당 때가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조크를 던지자 김차기대통령은 “하도 분주하고 엄청난 일들이 되풀이돼 야당 때가 좋았는지 지금이 좋은지 모르겠다”고 답변, 폭소를 자아냈다. 김차기대통령은 또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이 흥분된 표정으로 경제실정을 성토하자 “분노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선거때는 잘 웃었는데 요즘은 왜 안웃느냐”는 물음에 “웃고 싶어도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데 제가 웃으면 ‘정말 한심한 사람’이라고 할까봐 미안해서 못웃었다”며 “기왕 겪는 고난을 찡그리고 겪느니 웃는 게 나은 만큼 4천5백만 국민 모두 같이 웃자”고 제안했다. ○…김차기대통령은 그러나 실업 물가 중소기업도산 문제 등 심각한 주제가 제기될 때마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통을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당선된 뒤 10여일 동안은 얼떨떨했지만 문제를 풀어가 보니 괜찮았다”며 “저를 믿어주시고 도와달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제가 여기 나올 때 작심한 바 있다”며 “사실은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를 밝히겠다”고 말한 뒤 현정부의 실정과 경제위기 상황을 솔직히 답변해 호응을 얻었다. 그는 당초 대화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려 했으나 시간에 쫓겨 생략했다. ○…김차기대통령은 대화를 마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이 평가할텐데…”라며 “오늘 내용들이 전국 국민에게 잘 전달돼 국민 모두가 ‘제2건국’의 결의로 나라를 살려가는 데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중들이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그러나 시간이 촉박해 대구 광주지역 주민들의 질문을 못받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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