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 어찌되든…공무원들 『밥그릇 챙기기』비상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들인지 모르겠다.”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들 사이에서 수십년 동안 고질화되다시피한 공직사회의 ‘소탐(小貪)’행태에 대한 개탄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라의 경제위기 상황이나 국난(國難)극복을 위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노심초사에 아랑곳없이 공무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게 인수위측의 불만이다. 이같은 행태가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는 대목이 김차기대통령의 ‘작은 정부’ 공약으로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한 부처들이 드러내보이는 극심한 ‘부처 이기주의’. 과거의 재무부 정도로 기능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재정경제원을 비롯해 지방자치처와 국무총리실 산하 공보실로 각각 격하될 것이 확실시되는 내부무와 공보처 등은 “내 부처는 꼭 필요하다”는 ‘읍소(泣訴)보고’로 일관했다. 신설될 기능을 둘러싼 부처간 ‘밥그릇 싸움’도 치열하다. 김차기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통상투자대표부’설치를 놓고 “새 기구 설치는 ‘작은 정부’ 취지에도 어긋나므로 통상외교 기능을 외무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게 외무부의 주장. 이에 대해 통산부는 “재경원 외무부 통산부에 분산돼 있는 통상 조정 및 교섭기능을 일원화한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예산을 10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지만 추진 중인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부처는 거의 없다. 인수위측의 ‘전자주민카드’ 사업유보 요구에 대해 내무부가 행정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들어 반대하자 김정길(金正吉)정무분과간사는 “전자주민카드가 없다고 국민이 밥을 굶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에서 파견된 일부 전문위원들의 ‘친정 챙기기’ 행태는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처들의 동향과 정보캐내기가 성행하는가 하면 회의시간에 빠져나와 소속 부처에 ‘비밀보고’를 하는 전문위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부처이기주의에 빠진 전문위원들은 돌려 보내겠다”는 김간사의 경고가 터져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간사는 11일 “금주 중 한두명을 돌려보낼 것”이라며 “이들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고 못을 박기까지 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그런 경고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며 “무엇보다 ‘정권은 유한(有限)하지만 공무원 사회는 무한(無限)하다’는 공직자들의 뿌리깊은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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