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재정경제원산하에 두기로 했던 금융감독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은 29일 총무와 정책위의장 회담, 재경위 법안심사소위 및 전체회의를 잇달아 갖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지침을 확인한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재경위 소위에 참석중이던 정세균(丁世均)간사와 김민석(金民錫)의원을 불러 『금융감독기구를 재경원산하에 둬서는 안된다』는 김당선자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총무는 이어 3당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에게 한나라당의 입장 변경을 요구한 뒤 국회 총무실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이총무도 당 소속 재경위원들을 설득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점심식사후 박총무는 다시 한나라당 이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전화로 총무회담 결과를 물어오는 당 관계자들에게는 『가능성은 반반인 것 같다』고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한편 김당선자는 아침 일찍 임창열(林昌烈)재경원부총리와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을 일산 자택으로 불러 『왜 금융감독기구를 재경원 산하에 두려고 고집하느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박상천,자민련 이정무(李廷武), 한나라당 이상득 총무는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금융감독위원회 귀속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자민련 이총무는 『한나라당 이총무가 재경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협의가 쉬울 것』이라며 회담전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회담이 끝난 뒤 국민회의 박총무는 『3당 정책위의장이 대선 직후 협의한대로 금융감독위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총무는 『재경위에서 결정할 문제로 총무들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재경위에서 논의중인 사항을 한마디로 뒤집으면 소속위원들은 바지저고리란 말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자민련 이태섭(李台燮), 한나라당 하경근(河璟根)정책위의장과 임부총리도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1시간반동안 회담을 가졌지만 회담이 끝난 후에도 결과나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먼저 회담장을 나선 한나라당 하의장은 『아무것도 합의된게 없다』며 서둘러 당사로 향했다. 또 임부총리와 마지막 협의를 위해 가장 늦게 회담장을 빠져나온 국민회의 김의장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회로 가 보자』고만 말했고 임부총리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만 자민련 이의장은 금융감독위 설치문제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한나라당이 당초 3당합의대로 해야 한다고 하니…』라고 말해 의견절충이 쉽지 않음을 비쳤다.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전 2시간이 넘게 고성이 오가는 난상토론 끝에 일단 전체회의에서 이를 재론한다는 타협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의원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거듭된 총리실 이관 주장에 『도대체 국회를 어떻게 보느냐』며 『차라리 재경원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퇴장했다.
이에 앞서 소위 회의는 관행과는 달리 처음 30여분간 회의광경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자민련 김범명(金範明)의원 등이 『소위가 국가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언론이 「밥그릇 싸움」 「무능력 소위」라는 질타를 하고 있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
공개회의에서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총리가 되면 총리실 산하의 금융감독위는 더욱 정치적으로 된다』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것이 법논리상 합리적이다』 『지금까지의 소위 논의사항은 잠정 합의안에 불과하며 오늘 최종 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는 등 엇갈린 주장이 쏟아졌다.
〈김재호·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