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밤 TV로 생중계된 이회창―김대중후보의 계가(計家)는 말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개표 초반에는 이후보가 치고 나갔으나 이내 두 후보간에 물고 물리는 치열한 혼전(混戰)이 벌어졌다.
영남지역 개표가 먼저 이뤄지면서 선두로 나선 이후보는 오후 9시 이전까지 김후보를 5∼7%포인트의 격차로 앞서 나갔다. 이때 이후보는 42∼43%대를 유지했으며 김후보는 36%대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9시가 넘어서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후보의 득표율은 2,3%정도 하락하고 김후보의 지지율은 1,2%정도 오르기 시작한 것. 그러면서 두 후보간 격차가 1,2%로 줄어 들었으며 1시간 가량은 이후보의 불안한 선두가 유지되는 듯했다.
선두가 처음으로 뒤바뀐 것은 오후 9시58분경.김후보의 득표율이 39.4%, 이후보의 득표율이 39.3%로 나타났다. 두 후보가 2백20만표대를 돌파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후보의 선두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김후보가 0.4%차로 앞서 나가는 듯하더니 이후보가 다시 0.1%차로 선두를 빼앗았다가 이후 10여분 동안 득표율이 둘다 39.4%에서 정지됐다. 두 후보의 득표수가 2백40만표를 넘어가면서 불과 5백∼1천표 사이의 선두다툼이 4차례나 반복됐으나 미처 컴퓨터가 득표율까지 계산하지 못한 듯했다.
「39.4%」를 둘러싸고 치열한 시소게임을 벌이다 균형이 흔들린 것은 밤 10시17분경. 김후보가 이후보를 3천여표차로 따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김후보는 1만여표, 2만여표, 2만5천여표 등으로 근소하게나마 격차를 벌여나갔다. 득표율도 김후보는 39.5→39.6→39.8→39.9%로 올라갔고 이후보는 39.2→38.8%로 떨어졌다. 밤10시50분경 김후보가 4백만표대를 먼저 돌파했으며 이후보와 격차는 처음으로 1%(10만표)를 넘어섰다.
김후보의 득표율은 밤 11시16분경 처음으로 40%를 통과한 뒤 40.2∼40.3%를 유지했으며 이후보의 득표율은 38.7%에서 높아지지 않았다. 김후보는 이후 개표 종반까지 1.6%,1.7%(35만여표)의 근소한 차로 이후보를 앞서 나갔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