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DJ고발」배경]「국면전환」겨냥 불가피한 선택

  • 입력 1997년 10월 15일 20시 30분


신한국당이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김총재를 16일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은 현재의 군색한 처지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당초 다수 기업인의 정치자금제공 의혹이 얽힌 사건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판단,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착수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14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감에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내는데 실패하자 직접 고발을 결행키로 한 것이다. 국민회의의 국회국정조사 요구까지 거부하는 등 스스로 퇴로(退路)를 봉쇄하고 배수진을 친 신한국당으로서는 「공」을 넘길 대상이 검찰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한국당의 기본적 입장은 김총재의 도덕성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비자금 의혹을 「축재 의혹」으로 몰고가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검찰수사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가 비자금정국의 초점이 되고 있으나 김총장은 국감에서 신한국당소속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신중한 검토』만을 되뇌었다. 그는 또 『검찰은 최근 고발이 있을 경우라도 반드시 입건하지 않고 그에 앞서 입건여부 결정을 위한 내사를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혀 고발과 수사착수는 별개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검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상되는 파국 상황을 우려, 「대선 전 수사불가」 쪽으로 기울어 있는 둣하나 아직 속단하기는 힘들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검찰내부의 논리나 논의에 의해서만 수사여부가 결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선 전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비자금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돼 차기정권에서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면 김총재의 비자금 의혹뿐 아니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의혹과 신한국당의 경선자금 의혹 등도 도마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안팎에서는 신한국당의 이번 비자금 의혹 제기에 대해 정치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제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만약 대선 전에 수사가 이뤄져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수사대상자가 현재 지지율 1위인 김총재라는 점과 검찰의 수사착수는 통상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사법처리가 곧 유죄확정에 의한 피선거권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묘한 상황까지 상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그 파장은 대선 이후로까지 이어진다. 오히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정치권은 「가파른 벼랑」 위에 서게 된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공」을 받아든 검찰의 고민 또한 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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