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하늘의 무서운 사냥꾼으로 불리는 매에게도 새끼를 기르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질수록 먹성도 함께 늘어 더 많은 먹이를 달라고 보채기 때문이다. 성장기가 절정에 이르면 거의 숨 돌릴 틈도 없이 먹이를 날라야 한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아비 매는 먹이를 사냥하고, 어미 매는 이를 받아 새끼에게 먹이는 역할 분담까지 이뤄진다.
그런데 이 어미 매가 어느 순간 먹이를 물고도 곧장 둥지로 향하지 않을 때가 있다. 몹시 지친 듯 둥지 근처에 내려앉는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새끼는 애가 타 성화를 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전까지 헌신적으로 먹이를 나르던 어미 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울며 보채던 새끼는 결국 참다못해 둥지를 벗어난다. 이제 막 자란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어미에게 다가가, 입에 물고 있던 먹이를 낚아챈다. 어미는 그제야 다시 사냥에 나선다.
어미 매의 ‘이상한 휴식’은 계속된다. 심지어 새끼가 있는 둥지에서 점점 더 먼 곳에 내려앉는다. 얼핏 보면 새끼의 성화를 피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유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둥지 안에 있는 새끼에게 자연스럽게 날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날개가 있다고 곧바로 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법을 익혀야 하늘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법을 익힌 새끼는 날이 갈수록 둥지가 아니라 어미가 앉아 있던 근처 가지에서 기다린다. 그렇게 하늘을 날게 된다.
이런 ‘속 깊은’ 부모가 있는가 하면 ‘이상한 부모’도 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 사는 벌잡이새 중에는 헌신적으로 새끼를 키우다가도, 막상 새끼가 다 자라 독립해 짝을 이루면 자꾸 방해하며 개입하는 부모가 있다. 특히 아비 새가 그렇다. 예전 홀로 고생하며 외아들을 키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못살게 구박했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들을 찾아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구슬린다. 힘을 앞세워 윽박지르지 않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방식이다. 아비 새가 말을 잘하는 건지, 아니면 아들들이 줏대가 없는 건지, 자식들은 대체로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이 새들은 왜 아들의 분가를 막을까. 너무 사랑한 나머지 계속 함께 살고 싶어서일까. 아니다. 또 다른 새끼들을 키워야 하는데 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들은 왜 ‘사랑’을 뒤로하고 동생 돌보기를 택할까. 연구에 따르면 종(種)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눈 뜨고 코 베이듯 하루아침에 사랑을 빼앗긴 며느리 새의 행동이다. 드물긴 하지만, 시부모와 신랑에게 나름의 앙갚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것이다. 낳고 기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등장한 ‘전업자녀(全職兒女)’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전업자녀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에게서 ‘월급’을 받고 집안일을 도맡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세상은 첨단으로 질주하지만, 더 나은 미래는 오히려 멀어져 가는 묘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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