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총재가 27일 오전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공약을 발표했다.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본격적인 지역공략을 시작한 것이다.
김총재가 지역공약을 발표하는 첫번째 방문지로 대구 경북(TK)을 선택한 것은 이 지역이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김총재는 13,14대 대선에서 「반(反)DJ정서」로 인해 이 지역에서는 10%미만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호남지역 전체 유권자수와 맞먹는 TK지역에서의 거부감이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김총재로서는 이 지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30일에 대구에서 열리는 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의식한 선수(先手)로도 풀이할 수 있다.
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TK유권자들을 향해 눈물겨운 구애(求愛)작전을 폈다.
『대구 경북의 지원 없이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저는 대구 경북이 만든 대통령이 되고 싶다』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어야 만족하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총재는 『마음 같아서는 100%를 얻고 싶지만 70%정도면 만족할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김총재는 대구를 『21세기형 고도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며 △섬유 패션도시 육성 △위천국가공단 조성문제 조기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경북에 대해서는 △광역 고속교통망 확충 △경쟁력있는 복지농어촌 건설 등을 제시했다.
이어 야당총재로는 처음으로 방문한 대구상공회의소에서는 지역주민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냈다. 김총재는 『제가 3번 낙선한 것은 이 지역에서 표를 안찍었기 때문』이라며 『3번 떨어뜨렸으니 마지막 1번만은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총재는 칠곡에 있는 경북대 농대시험장에 들러 「슈퍼옥수수」를 개발한 김순권(金順權)교수 등을 격려한 뒤 대구시내 교동시장도 둘러봤다.
김총재는 내달 5일 다시 대구를 방문, 문희갑(文熹甲)시장을 면담키로 하는 등 꾸준히 TK주민 「마음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