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7년. 결코 적은 형량이 아니다. 아직 구형에 불과하지만 이 구형량대로라면 대통령의 아들로서 누린 지난 4년간의 권세와 영광의 세월을 뒤로 하고 무려 두배에 가까운 세월을 차디찬 감옥에서 지내야 할 지경이다. 흔히 7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양심수들은 장기수라고 불려왔으니 그도 형량의 면에서만 보면 장기수가 될 판이다.
▼ 아직도 「순수 동기」 고집 ▼
그러나 그는 파렴치범일 뿐이다. 나라에 「큰 도적」이 하도 많다보니 이제 전문적 법률용어가 아니라 보편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죄」가 그에게 적용된 죄명이다. 액수로 보더라도 30여억원의 알선수재를 하고 또다른 30여억원의 처벌할 수 없는 「떡값」에 대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양심과 정치적 신념을 주장하다가 감옥에 간 양심수와는 사뭇 다르다.
그가 법정에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죄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는 지난 4월 국회 한보 특위에서 곧 드러날 비리를 끝내 감추고 눈물까지 섞어가며 부인으로 일관해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검찰청사로 소환되어 가면서도 그는 당당했었다. 그는 아직도 「여론을 조사하여 아버지께 전달하려 한 순수한 동기」를 고집하고 표적 수사임을 주장한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표적수사」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가.
더구나 김현철씨가 위반했다고 하는 법들은 무섭기 짝이 없는 것이다. 「특」자가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무서운 법들이다.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각각 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엄정한 법조문에 비추어보면 7년의 구형량은 엄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구형량으로도 그 어머니되는 사람의 가슴이 얼마나 쓰라릴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그로 인해 온갖 수모와 고통을 당해야 한다면 그래도 대통령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병역문제 등 아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면서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있으니 김현철씨의 옥살이는 큰 교훈이 되지 못하는가 보다. 또 몇명의 아들, 몇명의 가신을 감옥에 보내고서야 이제 대통령자리는 신물이 난다고도 전자가 줄어들 것인가.
▼ 「몸통」은 언제 밝히나 ▼
현직 대통령 아들의 감옥행을 목격할 수 있는 것, 그 구형량이 적다고 떠들 수 있는 것은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불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법치주의의 외형적 틀이 잡혀가는 한 계기가 될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김현철씨가 그 죄값에 걸맞은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기 전에는 『법률이란 큰 파리는 통과하고 작은 파리만 걸리는 거미줄과 같은 것』이라는 발자크의 말을 제대로 반박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꼬리가 잡힌 92년 대선자금의 몸통이 완전히 밝혀지기 전에는 그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가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없다. 권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대통령 후보와 그 지지자들과 그런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있는 동안에는 제2의 김현철씨 사건을 막을 수 없다.
박원순<변호사·참여연대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