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도마에 오른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교체론에 대한 경선탈락주자 6명의 입장은 각자 처한 정치적 입지에 따라 다르다. 또 정국상황에 따른 가변성(可變性)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확실히 입장을 밝힌 경선탈락주자는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와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의원 등 3명. 이지사는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고 김,최의원은 교체불가론을 주장한다.
이지사의 교체론은 곧 자신으로의 교체를 뜻한다. 이지사 진영이 후보교체 공론화에 가장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사는 탈당후 독자출마 수순을 밟는 것보다 후보교체로 신한국당의 지원을 받아 출마하는 것을 희망한다.
김의원과 최의원의 불가론은 「대안부재론」이다. 이들도 당이 심각한 국면임은 인정하나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후보교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또 후보교체를 시도할 경우 당이 깨져 더욱 어려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한동(李漢東) 이수성(李壽成) 박찬종(朴燦鍾)고문 등은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적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사석에서 한 얘기들로 미루어 입장을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이한동고문은 이대표로는 대선에 승리하기 어렵다고 본다. 뭔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후보교체의 차원을 넘어 이른바 보수대연합 등 여권의 재편을 구상하는 듯하다.
박고문은 경선과정에서부터 이대표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대표가 후보가 될 경우 경선후 교체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요즘엔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그의 생각이 크게 달라진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최근 「금이 간 항아리」론을 제기, 여전히 이대표 체제에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이수성고문도 심사가 꽤 복잡한 것 같다. 그는 후보교체의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발벗고 나서 이대표를 돕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이대표와 만난 직후 측근들에게 『이대표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말 뿐이고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