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집/日 어디로?]전문가 윤정석교수 전망

  • 입력 1997년 8월 13일 19시 56분


일본은 지난 반세기의 전후(戰後) 외교사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일본은 전전(戰前)의 외교와 달리 경제를 군사에 우선시켜 왔다. 군사적인 강국이 되지않고 경제대국이 된 점이다. 둘째는 이러한 외교성과를 가능하게 만드는 국제환경이 있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저항하는 국제환경이 있었고 차라리 일본 경제의 발전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지난 반세기동안 군사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간의 격차가 커짐에 따라 이것을 설명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이 요구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이념의 확립에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기간 일본의 외교정책은 현안처리, 위기관리지향형이었으며 외교에 모종의 철학이 필요함을 정책 담당자가 인식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 전후 일본이 부국강병의 길을 가지않았던 것은 미국 점령군의 강력한 정책에 따라 일본사회나 정치가 군사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지도자와 여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전전에는 군부와 군사력 우선을 부르짖는 정치가가 권력구조와 여론을 지배하고 국제관계에서 군사력을 중시하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지도적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전후에는 경제성장을 제일로 하는 관료와 기업가가 국내정치에서 영향력을 가졌으며 일본의 대외정책도 이 경향을 반영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보아서는 일본사회에서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리라고 전망되지 않는다. 또다시 국력의 기본은 군사력이라고 보는 자 혹은 군수산업에서 이익을 얻는 자가 일본정치에서 지도적 입장을 차지할 조짐이다. 중고교에서 국기게양과 국가 제창을 강제하려는 최근의 풍조나 총리 및 각료의 일부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종래의 경제우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력 강화의 움직임을 조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군사대국이 될 것인지 여부는 일본 사람들만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환경이 이를 허용하는지 여부에도 달려 있다. 지금까지 일본을 둘러싼 정세는 美日(미일)안보체제 속에 편입된 일본의 방위정책을 용인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의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는 안보조약의 향방이다. 금년 봄 발표된 미일간의 「신안보 공동선언」은 미일 안보체제에서 벗어난 일본의 군사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아시아국가들의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21세기의 일본에 요구되는 것은 전후의 흐름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하는 자기상(像), 그리고 세계관을 보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외교정책 이념과 자기상의 표출이 가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의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시에 일본은 전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상으로 인류의 복지와 상호이해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혀야 한다. 윤정석<중앙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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