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
신한국당내에서는 11일 비록 「가상상황」으로라도 대선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데 이어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와 朴哲彦(박철언)자민련부총재의 대선출마설까지 들먹거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朴燦鍾(박찬종)고문도 마음을 잡지 못한 상황에 權永吉(권영길)민주노총위원장까지 거론되고 있어 대선판도는 갈수록 종잡기가 힘들어지는 양상이다.
우선 이같은 구도가 현실화되면 92년 대선 때와 같은 「1천만표 득표」는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7백만∼8백만표를 목표로 매우 정교한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당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앞날을 점치기가 이르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거론되는 사람들 모두가 「당선가능성」보다는 「배수진」의 의도가 강하게 감지된다는 해석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부 대선출마설을 흘리는 인사들의 경우 「당선가능성」보다는 「또다른 입지확보」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심지어 조시장의 경우도 대선과정에서 뭔가 「제삼의 입지」를 위해 행보를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신한국당측 견해다. 실제로 조시장측에서도 벌써부터 이같은 가능성을 거론하는 인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출마를 확정한 조시장의 경우는 다르다. 따라서 조시장 대책은 서두르는 분위기다. 李會昌(이회창)대표측은 최근 조시장의 출마를 전제로 두차례 이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조시장의 출마가 이대표측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우선 △중부권출신 △전문지식인 △청렴성 등의 이미지가 겹치고 아들의 병역문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시장의 출신지인 강원도의 표는 후보출신 지역과는 관계없이 여권후보에게 쏠린다는 주장이다. 또 강원도에서는 이대표가 손해를 보더라도 수도권 전역에서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조시장 때문에 입을 타격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는 그리 손해가 아니라는 논리다. 한편 이지사 경우는 만의 하나 출마 움직임을 보인다면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주저앉히겠다는 복안이다. 아무튼 신한국당은 「불청객」들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후보가 난립할 경우 「안정희구심리」가 확산되지 않겠느냐는 데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박제균기자〉
▼ 野 ▼
趙淳(조순)서울시장이 대선출마를 결심하자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부산하게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이해관계가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총재의 태도는 한마디로 「조시장의 출마를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출마결심을 굳혀가고 있던 조시장에게 초대 정무부시장을 지낸 李海瓚(이해찬)의원 등 조시장과 대화가 가능한 측근들을 보내 「출마의 부당성」을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김총재의 대응태도는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막을 수 있다면 막되 만일에 대비, 극단적인 감정의 골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핵심관계자가 『조시장은 어차피 출마한다. 선거 막판에라도 조시장을 설득, 김총재의 손을 들어주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시장의 출마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조시장을 만난 국민회의 인사들은 김총재에게 면담결과를 보고하면서 비슷한 취지의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막판에 여론조사결과를 근거로 조시장에게 「김대중총재 손들어주기」를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어쨌든 국민회의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후보가 많이 나와 혼전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많을수록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와 후보단일화를 이뤄 대선정국의 「중심축」을 형성하면 정권교체의 승기(勝機)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김총재의 생각인 것 같다.
이에 비해 자민련은 조시장이 출마해 다자간 경쟁구도가 되더라도 특별히 손해볼 것은 없다는 판단이다. 김종필총재와 조시장의 지지기반이 겹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조시장이 출마한다 해도 「거품」이 빠지고 나면 득표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金龍煥(김용환)부총재는 『국민회의가 조시장 출마를 걱정하고 있지만 국민회의 고정표는 조시장에게 가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여당성향의 강원표가 조시장에게 몰려 여당의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朴哲彦(박철언)부총재의 심상찮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시장의 출마가 박부총재의 출마결심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련은 당내 TK의원들을 동원, 박부총재 주저앉히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