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추락과 與圈]「병역터널」빠져나올 기회 활용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6일 새벽 발생한 KAL기 추락사고는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의 행보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MBC TV 아침토크쇼가 방송국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 토크쇼에는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총재가 나와 가벼운 일상사를 주제로 문답을 나누었다. 야당의 두 총재는 주부들을 주대상으로 한 토크쇼에서 까다로운 시험대를 여유있게 통과해 「노련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아들들의 병역문제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던 이대표는 이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껴오던 차에 자연스럽게 토크쇼가 연기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대표는 이날 아침 자택에서 KAL기 추락사고를 보고받는 즉시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에게 긴급대책회의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당초 8일부터 3일간 서울 근교에서 휴식을 취하며 당면 현안인 당직개편 등을 구상하려던 일정도 일단 연기했다. 이대표측은 예기치 않은 대형참사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들들의 병역면제 문제에서 비롯된 이른바 「병역정국」의 터널에서 빠져 나와 당내의 복잡한 기류 등을 차분하게 정리할 시간을 벌게 된 것에 안도하는 기색이다. 한 측근은 『경선이 끝나고 보름이 지났는 데도 당안팎의 복잡한 문제가 정리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면서 『우선 KAL기 추락사고 수습에 노력하면서 여유를 갖고 당직개편 구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대표는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시기는 못박지 않았지만 『곧 당직개편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KAL기 추락사고로 다소 여유를 찾게 된 이대표는 그동안 아들들의 병역문제에 발목이 묶여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당내 비주류 껴안기」에 주력하면서 빠르면 내주 중 당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개각에 이은 여권 진용 개편으로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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