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들 입열지 마세요』…與 全大 일사천리 진행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21일 오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李仁濟(이인제)후보측의 지구당위원장들이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요구하다가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등 한차례 소란이 벌어졌다.

徐廷和(서정화)전당대회 의장이 『대통령후보자 선출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연단에서 뚝 떨어진 곳에서 宋千永(송천영)위원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을 추켜들고 『긴급동의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다.

이후보측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전당대회장에서의 후보 정견발표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송위원장이 발언을 하기 위해 연단쪽으로 몇 걸음 나오는 순간 연단 주위를 지키고 있던 청와대 경호원들이 가로막았다.

주변에 있던 몇몇 대의원들이 『위원장이야. 왜 그래』라고 항의했으나 경호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으로 내몰고 출입을 막아』라며 송위원장의 양팔과 다리를 붙잡고 강제로 연행하듯 끌고 나갔다.

그런데 단상에서는 행사장 내에서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의사일정을 진행해 나갔다. 당 사무처의 한 직원은 대의원에게 발언권을 주기 위해 대의원석 앞에 설치해둔 마이크의 전원을 꺼버렸다.

잠시 후 李喆鎔(이철용)위원장이 『위원장이 발언을 요구했는데 청와대 경호원들이 개 끌고 가듯이 내몰았다. 발언기회를 달라』며 다시 요구했으나 이미 대의원들은 1차투표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이위원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의사진행 발언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막는 것이 무슨 국민의 정당이냐』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몇몇 대의원들은 『이럴 바에는 후보를 사퇴합시다』 『청와대 경호실이면 다냐』라고 소리치며 흥분했다.

또 일부 대의원은 『총재도 와 계신데 무슨 소란이냐. 당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가만히 있어라』며 이들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인제후보측에서는 金學元(김학원)의원과 이위원장이 대표로 나서서 연단위로 올라가 閔寬植(민관식)당선관위원장에게 정식으로 항의했으나 민위원장은 『단상에서는 잘 안들렸다』며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의원 등은 다시 서정화의장에게 항의했으나 서의장 역시 자리를 피하려 했다. 김의원 등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놓아주지 않자 서의장은 행사장을 두 바퀴나 돌면서 대화를 피했다.

결국 귀빈실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서의장은 『장내질서유지도 중요하지 않으냐. 단상에서는 거리가 멀어 누가 무슨 요구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지도부에서 『기왕 1차투표는 시작됐으니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결선에 진출한 후보에게 정견발표기회를 주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겨우 소동은 가라앉았다.

〈김정훈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