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경선후보 충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8일 청주 시민회관에는 대의원 3백60여명과 당원 등 1천5백여명이 참석, 행사장 안팎을 가득 메우는 열기를 보였다.
두차례의 연설회를 거친 7인 후보들은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 고저장단(高低長短)을 맞추며 열변을 뿜어냈다.
○…각 후보들은 행사장에 속속 도착, 지지자들의 연호경쟁속에 대의원들과 악수공세를 펼치는 등 행사시작 전부터 치열한 득표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행사장 주변에는 기자단과 행사진행요원 차량외에도 「정체불명」의 관광버스가 목격됐으며 일부 후보측에서는 『모 후보측이 행사장 안에 (분위기를 띄울) 사람들을 왕창 집어넣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맨 먼저 등단한 이회창후보는 「말이 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따라 의식적으로 느리게 연설을 했다.그는 6.25전쟁 전 청주중학교를 다닌 경험을 얘기하며 연고를 강조한뒤 『법과 원칙을 강조하다보니 좀 찡그리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권력이 법보다 위에 있고 돈이 법을 이기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 박수를 받았다.
이인제후보도 『그동안 마음은 있어도 망국적인 지역패권주의를 조장할까 걱정이 되어 자주 찾지 못했다』며 은근히 충청도가 고향임을 드러낸뒤 「패기에 찬 젊은 지도자」 「세일즈맨 대통령」 등을 역설했는데 이회창후보보다 박수소리가 컸다.
김덕룡후보는 초지일관 문민정부 계승, 세종대왕론을 강조했다. 그는 『김영삼대통령은 엄정중립을 천명했다. 누구도 김심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계를 겨냥했는데 목이 쉰 듯했다.
○…박찬종후보는 『삭발하고 단식하고 10여년동안 외롭게 야당 생활을 하며 국민들의 숨결을 느껴왔다』며 고난과 시련의 경륜을 강조하고 특유의 달변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수성후보는 여전히 평탄조의 어조로 연설해 나갔는데 「이수성가계 특성」이란 괴문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잘못된 정의와 법해석이 시민을 분열시킨다. 사랑은 정의와 법을 모두 포괄한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진리가 아니다』면서 은근히 이회창후보의 「법대로」를 겨냥했다.
○…최병렬후보는 『위기의 본질은 막대한 외채나 통일비용 보다는 우리 국민이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맨 마지막으로 등단한 이한동후보는 『미국의 케네디, 클린턴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단순한 젊음 때문이 아니라 17,18년을 의원과 도지사로 지낸 높은 경륜과 정치력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괴문서 파동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회창 이수성후보는 이날 연설회 직전 귀빈실에서 잠깐 조우했으나 시종 냉랭한 분위기.
옆에 있던 辛卿植(신경식)정무장관이 『신문에 실린 두 분의 춘천 연설회 사진을 보니까 미남이더라』며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하자 이회창후보는 『언론도 어떻게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진을 찍어…』라고 말을 꺼낸 뒤 다시 침묵.
그러자 이수성후보가 담배를 꺼내들면서 『담배는 전혀 안피우시느냐』고 묻자 이후보는 『군대 있을 때 조금 피웠다』고 답변.
〈청주〓최영훈·정용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