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주자모임 이모저모]고성섞인 3시간 냉랭한 이별

  • 입력 1997년 6월 1일 08시 23분


與 대선주자들의 만찬
與 대선주자들의 만찬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식당에서 회동한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와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대표의 대표직사퇴문제를 놓고 3시간반동안이나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들은 마라톤회의를 진행하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끝내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냉랭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날 이대표는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밝힌 『나의 양식을 믿고 나에게 맡겨달라』는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황소고집」으로 버텨 일부 경선주자들은 『해도 너무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대표는 金潤煥(김윤환)고문을 제외한 경선주자들의 대표직 사퇴요구에 『나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10여차례나 되풀이하면서 『대표직이 반드시 경선공정성에 지장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朴燦鍾(박찬종)고문 등은 『판결문을 쓰는 것이냐. 너무 형식논리에 치우쳐 말하는 것 같다』며 이대표를 몰아붙였다. ○…李壽成(이수성)고문은 이날 『대표가 「대표직 사퇴문제를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는데 복안이 무엇인지 말해달라』며 처음으로 「포문」을 여는 등 활발하게 발언. 이고문은 『(이대표가)현재 정국이 이대표와 반이대표로 갈려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를 1대7로 상대하지 말고 1대1로 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고문은 회의를 마친 뒤 『나는 중재역할을 해보려고 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묻지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며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이대표의 유일한 「원군(援軍)」인 김윤환고문은 이날 『다른 스케줄이 있다』면서 회의가 끝나기 1시간전쯤 먼저 회의장을 떠나버려 눈길을 끌었다. 다른 경선주자측은 회의장 분위기가 예상보다 험악하자 김고문이 『대표에게 맡겨두자』고 이대표를 거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바늘방석」을 피해버린 것 아니냐고 추측. ○…이대표는 이날 회의석상에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 朴熺太(박희태)원내총무 金重緯(김중위)정책위의장 등 당3역과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을 배석시켜 눈길. 일부 주자들은 이대표가 청와대 오찬에서 모임의 성격을 「대선예비주자 회동」으로 합의해놓고 주요 당직자들을 배석시킨 것은 『어쨌든 「대표 프리미엄」을 놓칠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李洪九(이홍구) 李漢東(이한동) 이수성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의 제의로 『(대표직 사퇴문제를)총재와 대표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는 요지의 합의문을 채택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박찬종고문 李仁濟(이인제)지사 등이 합의문에 「내주에」 또는 「빠른 시일내에」라는 식으로 시일을 박자고 고집하자 이대표도 『무슨 가까운 시일내가 들어가느냐.내 양식을 믿고 총재와 협의할 시간을 달라』며 맞서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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