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공개거부 발표과정]청와대,李대표에 물밑요청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92년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23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였다. 그날 이대표는 『김대통령은 물론 신한국당도 자료가 없어 대선자금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틀전인 21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던 계획이 갑자기 연기되자 여권내에서는 「대선자금 공개불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2일 오전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우리 당에서 대선자금을 공개할 자료도 없고 내용도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23일 오후 40분간의 주례보고를 마친 뒤 이대표는 당사에 도착, 평소 대변인을 통해 브리핑을 하던 관례를 깨고 직접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와 동시에 타이핑된 A4용지 3장 분량의 보도자료가 즉시 취재진에 배포됐다. 미리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자료였다. 이 때문에 이대표가 미리 마련한 문안을 갖고 김대통령에게 보고해 추인을 받은 뒤 이를 배포했다는 관측이 강하게 대두됐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청와대보좌진이 사전에 이대표를 만나 대선자금 공개불가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면서 도움을 청했고 이대표가 측근들과 사전에 상의한 끝에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불가」라는 한목소리를 내게 만든 「물밑대화」는 이같은 과정으로 진행됐다는 게 여권내의 정설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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