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공개 발언］이회창－박관용 『맘 안맞아서 참…』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와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이 92년 대선자금이라는 「외나무다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이대표는 지난 1일 MBC TV로 생방송된 토론회에서 『(92년 대선자금문제는)국민의 의혹을 풀 수 있도록 규명,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총장은 2일 『대선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한 것일 뿐』이라며 한마디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박총장의 이같은 이대표 격하 발언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대선자금문제는 金泳三(김영삼)정권의 「막판 명운(命運)」이 걸린 뇌관인 만큼 이대표가 「당대표 자격」으로 갑론을박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던 것 같다. 박총장은 또 차제에 「이회창체제」출범 이후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이회창―박관용 밀착설」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線)을 그어야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박총장은 심지어 민주계에서조차 자신을 「이대표 인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심적 부담이 있었다. 박총장의 한 측근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총장과 영입파인 이대표의 관계는 사공과 나룻배손님의 관계』라며 『나룻배손님은 바뀔 수 있어도 사공은 바뀔 수 없는 것 아니냐』고까지 말했다. 사실 이대표와 박총장은 대선자금문제뿐 아니라 金賢哲(김현철)씨의 사법처리 문제와 경선문제 등 「정권적 차원의 현안」을 놓고 소리나지 않는 갈등을 빚어왔다. 뿐만 아니라 이대표는 김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내용에 대해서도 박총장에겐 「함구」하는 등 거리를 두었고 이 때문에 박총장은 청와대 보고 때 김대통령으로부터 이대표의 얘기를 거꾸로 전해 듣는 「묘한 관계」를 보여왔다.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한 몸」일 수 없듯이 이대표와 박총장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그런 관계는 경선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