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金대통령 발언의미]「금융사고」서「부패」로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한보 부도사태에 대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시각(視角)이 「금융사고」에서 「권력형비리」로 하루만에 바뀌자 그 배경과 파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제장관회의에서 『한보 부도사태는 기업측의 외부차입에 의한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다분히 「한보사태는 한보책임」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이 즉각 『한보사태를 대형금융사고로 인식함으로써 검찰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등의 의문을 제기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보가 부도에 이른 객관적 사실을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일 뿐 사건성격을 규정한 건 아니다』며 서둘러 해명했다. 그리고 하루만인 1일 김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이라는 형식을 통해 한보사태를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으로 규정했다. 김대통령은 한보사태를 보는 시각을 이처럼 교정(矯正)하면서 상당히 강한 어조로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밝혔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다시 『이는 비리혐의가 드러날 경우 누구든 성역없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사법처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지난달 27일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에게 지시한 「한 점 의혹없는 수사」방침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만 감안한다면 한보사태에 대한 향후 검찰수사는 한층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한보사태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한보비리 척결의지를 밝힌 직후 『정치권안팎이나 증권가 등에서 숱한 소문들이 나돌지만 확인된 비리는 아직 아무 것도 없다』면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입을 전혀 열지 않고 있는데다 구체적 물증을 찾지 못해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수사가 이달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즉 한보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열쇠는 김대통령의 의지천명이 아니라 오히려 「정총회장의 입」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金東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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