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權탐색-與 막후조정자들]대선길목 무시못할 「변수」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鄭然旭기자」 여권의 대권레이스에서 결코 무시못할 변수가 막전막후(幕前幕後)에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며 자리 잡은 거중조정자들의 역할이다. 이들의 역할론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기류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민주계 핵심중진급인 이들은 후보결정과정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김심(金心)」을 떠받쳐줄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당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물론 이들이 현재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까지는 당내 대선주자들과의 친소(親疏)관계에 따른 「구설(口舌)」을 경계하면서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들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김심」의 충실한 대리인이자 집행자를 자임하면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놓은 李源宗(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과 姜三載(강삼재)신한국당 사무총장이다. 이수석이나 강총장이나 자칫 자신들의 행동이 「김심」으로 확대해석될 것을 우려, 「대권」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끗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후보경선의 향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이―강」라인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게 거의 일치된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강총장이 당사무처요원들에게 「줄서기 금지령」을 내린 것도 당내에서는 김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집권종반기의 권력누수를 최대한 막고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무처의 중립적 자세가 긴요하다는 게 「줄서기 금지령」의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강총장은 요즘 부쩍 자주 「열차론」을 강조한다. 요지는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 열차에 탑승시켜 대선승리의 목적지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사무처의 임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총장은 『「김심」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충실히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는 말만 되뇐다. 徐錫宰(서석재)의원의 행보도 당안팎의 시선을 모은다. 「4천억원 비자금설」 발언으로 총무처장관에서 물러난 후 아직 「막후활동」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여권내 비중까지 결정적 타격을 입은 건 아니다. 여권주변에선 조만간 김대통령이 그에게 「모종의 중책」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서의원이 가장 공력(功力)을 기울이는 대목은 불교계 지지세력구축과 92년 대선 때 조직했던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 재건이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 정각회소속 여야의원 47명을 포함, 57명의 공동발의로 불교계의 숙원이었던 △전통사찰 보전법개정안 △자연공원법개정안 △농지법개정안 등 3개 법안의 국회 제출을 주도했다. 또 수시로 조계사 직지사 불국사 범어사 통도사 등 5개 교구본사,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법화종 진각종 등 5개 종단을 순회하며 불교계 껴안기에 몰두중이다. 지난 18일에는 曺萬厚(조만후)정무1차관 등 과거 나사본에 참여했던 민주계인사 80여명이 참석한 망년회 겸 단합대회를 열어 세를 과시했다.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무심회」도 빼놓을 수 없는 원내기반이다. 지난 14대 총선 때 무소속 영입파의원들로 결성된 무심회는 출발당시 회원수가 8명이었지만 지금은 20명으로 늘어났다. 민주계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朴寬用(박관용·전청와대비서실장)의원도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박의원의 주활동무대는 현정부출범 이후 장 차관을 지낸 인물 1백50여명이 모인 「마포포럼」. 그는 지난 10월 이 모임을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으로 확대개편하고 자신이 이사장을 맡았다. 곧이어 지난달 22일과 23일 제주에서 尹東潤(윤동윤)전체신부장관 李忠吉(이충길)전보훈처장 등 7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정책세미나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박의원은 또 지난달 12일에는 청와대출신 현직 국회의원과 장 차관 등 15명을 만찬모임에 초청한 자리에서 『김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면서 대선국면에서 「김심」의 충실한 버팀목이 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밖에 金命潤(김명윤)고문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 등 민주계 원로급 인사들도 대선국면에서 중간조정자로 나설 인물들로 꼽힌다. 특히 김고문의 경우 민주계내 최연장자인데다가 「무욕(無慾)」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중간조정자로서 적임이라는 평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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