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權탐색－與 막후조정자들］가신그룹 움직임

「鄭然旭기자」 여권내 대권논의가 본격화할수록 「상도동계」를 주축으로 한 이른바 청와대 「가신(家臣)그룹」들의 행보는 더욱더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비쳐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얼마전 김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이라 할 수 있는 洪仁吉(홍인길·전청와대총무수석비서관)의원이 언급한 것으로 보도된 「민주계 대권후보배제론」 파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홍의원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대선후보들중 崔炯佑(최형우)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의 세확산노력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보도되자 즉각 『내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홍의원 발언의 진위여부를 떠나 「민주계배제론」은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또 비슷한 논리로 「민주계후보불가론」을 사석에서 거론했던 金武星(김무성·전청와대사정비서관)의원도 『마치 시나리오를 갖고 그런 것처럼 오해를 받았다』며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느라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김대통령 밑에서 청와대비서관을 지내다 원내에 진출한 국회의원들의 친목모임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요즘은 거의 열리지 않는다. 가신그룹의 한 의원은 『총선직후 한두 차례 모여 식사한 적은 있지만 요즘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한 의원도 『잘못 움직이면 대통령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비쳐져 처신이 더욱 어렵다』며 『그만큼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집권후반기들어 더욱 심화되는 「반(反)YS정서」도 이들에게는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이들이 끝까지 「고개숙인 부대」처럼 잠자코 있을 리는 없다. 일단 때가 되면 김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권재창출을 이루어내기 위한 「전위대」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들은 소장파의원들을 폭넓게 규합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작업을 은밀히 진행중이다. 청와대비서관출신인 한 의원도 『후계구도가 가시화할 경우 YS의 전위부대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대부분 가신그룹 의원들도 이같은 역할론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당은 姜三載(강삼재)총장, 국회는 홍인길의원』이라는 역할분담구도가 여권내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얘기다. 특히 가신그룹의 좌장격인 홍의원은 여야를 넘나들면서 많은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김대통령의 막바지 국정운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