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속 DNA로 첫 입증한 신라 근친혼 관습

  • 동아일보

韓-獨 고고유전학 공동연구팀 발표
‘대규모 순장’ 고분 출토 78구 분석
“왕실뿐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화”

삼국시대 신라에서 사촌 이내 근친혼이 이뤄지고, 특정 가문이 순장(殉葬·죽은 자와 함께 산 자를 묻는 풍습)에 동원된 사실이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삼국사기 등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기록을 유전학적으로 실증한 첫 사례다.

서울대와 영남대, 세종대, 독일 막스플랑크 고고유전학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9일 자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순장이 이뤄진 경북 경산시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78구의 유골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4∼6세기 신라 지역의 친족 구조와 혼인 관습을 복원했다.

분석 결과 유전학 기준 1차 친족(부모, 자녀, 형제자매) 11쌍, 2차 친족(조부모-손주, 조카-삼촌-고모-이모 등) 23쌍, 3차 친족(사촌 등) 이상 20쌍 등 총 54쌍의 조밀한 친족 관계가 확인됐다. 부모가 가까운 혈연인 근친혼 사례도 5건 드러났다. 부모가 가까운 혈연 관계면 자녀의 양쪽 염색체에서 특정 구간이 동일해지는 현상(ROH)이 나타나는데, 무덤 주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에게서 부모가 사촌 이내였음을 암시하는 ‘긴 동일 구간’이 파악됐다.

이 여성뿐만 아니라 순장에 동원된 이들에게서도 근친혼 흔적이 나왔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근친혼이) 왕실 엘리트만의 관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라의 친족 구조는 부계 중심의 유럽 고대 사회와 뚜렷이 달랐다. 신라 여성은 친족과 함께 묻히거나 독립 무덤을 가졌다.

순장의 실상도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부모와 자녀가 한 무덤에 함께 묻힌 ‘가족 단위 순장’이 유전학적으로 처음 확인됐다. 또 특정 가문이 세대를 이어 순장 대상으로 동원된 정황도 포착됐다.

#삼국시대#신라#근친혼#순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