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식’ 아들은 ‘인공’… 두번째 심장 얻은 母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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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성 심근병증’ 투병 30대 아들
아산병원서 인공심장 수술 성공
어머니는 15년전 심장이식 받아

30대 남성 이모 씨(가운데)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심장 삽입술을 받고 퇴원 전 의료진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30대 남성 이모 씨(가운데)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심장 삽입술을 받고 퇴원 전 의료진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기능은 떨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모자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두 번째 심장’을 얻었다.

4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30대 남성 이모 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이 병원에서 정철현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집도로 4시간에 걸쳐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받았다. 좌심실보조장치란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해 혈액 순환이 잘되도록 하는 ‘인공심장’이다.

이 씨의 주치의인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은 “이 씨의 경우 약물 치료를 받다 지난해 여름부터 증상이 갑자기 악화돼 심장을 이식해야 했다”며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다가 자칫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어 일단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이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씨의 곁에는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던 어머니 김모 씨가 있었다. 그런데 김 씨 역시 아들과 같은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였다. 김 씨는 2009년 증상이 악화돼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다 뇌사자의 장기 기증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같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이 씨는 “수술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심했는데 수술을 받고 나니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가볍게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더 건강한 모습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어머니 김 씨가 심장 기증자를 기다리던 2009년에는 국내에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동안 의학이 발달해 아들 이 씨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수술을 잘 마치고 의료진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모자의 모습이 생생하다”며 “건강하게 새해를 맞은 모자가 올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서울아산병원#확장성 심근병증#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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