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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백혈병 환자들 “헌혈자 찾아 각자도생합니다”

입력 2022-06-15 03:00업데이트 2022-06-1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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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지정헌혈 13만건… 3년새 7배로
‘헌혈자의 날’ 고교생들 릴레이 헌혈 14일 ‘헌혈자의 날’을 맞아 경기 수원시 동원고에서 학생들이 헌혈을 마친 뒤 헌혈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수원=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만7213건.’

환자가 수혈받을 피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이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횟수다. 지정 헌혈은 헌혈자가 혈액을 주고자 하는 환자의 등록번호를 헌혈 기관에 알려주면 해당 환자에게 직접 수혈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4일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만9131건이었던 지정헌혈은 3년 만에 7.2배로 늘었다. 전체 헌혈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7%에서 5.3%로 올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헌혈 참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혈액 부족은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들에게 큰 타격이 됐다. 혈액암 환자는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받은 후에 빈혈이나 장기출혈을 겪기 쉬운데, 이때 적혈구와 혈소판을 수혈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환자 가족들은 방학이나 명절 연휴 등 혈액이 부족할 때마다 지정헌혈자를 수소문했는데, 코로나19로 이런 고통이 일상이 됐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전국 혈액 보유량엔 다소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혈액 부족 사태도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젊은층의 헌혈에 크게 의존하는 현행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혈액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헌혈 인구인 학생과 군인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연령 제한으로 헌혈할 수 없는 고령층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인구 대비 헌혈률은 지난해 5.0%로, 2017년 5.7%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2020년 기준 대만이나 독일(각 7.7%), 호주(6.2%)의 헌혈률에 비해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4일 ‘헌혈자의 날’을 맞아 ‘137213 이혈전심(以血傳心) 헌혈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정헌혈이 이뤄진 13만7213건만큼 새로운 시민들이 헌혈에 참여한다면 환자들이 직접 피를 구하러 다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앞으로 지정헌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헌혈 증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누구나 혈액이 필요해지는 때가 언제든 올 수 있는 만큼 팔을 걷고 헌혈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헌혈자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40여 년간 총 597차례 헌혈한 송득준 씨(70) 등 34명과 국내 최초 헌혈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SK텔레콤 등 13개 단체에 각각 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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