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이름 되찾은 5·18 희생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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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건설현장 근로자 故 신동남 씨
시신 이동과정서 ‘신원미상자’ 처리
최근 동생 유전자와 대조 신원 밝혀

1980년 5월 20일. 건설현장 근로자 신동남 씨(30·서울)는 이모 씨와 함께 광주에 있는 여인숙에 묵고 있었다. 이날은 혼자 여인숙을 나와 일터로 향했다. 시위 현장 인근을 지날 때 즈음 갑자기 날아든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신 씨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이 씨가 뒤늦게 병원에 가 신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이 씨가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신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장례를 위해 이 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민수습대책위원회가 신원 확인을 위해 병원에 있던 시신을 모두 전남도청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실종된 이금영 씨의 어머니가 신 씨를 아들로 착각해 장례까지 치렀고 망월동 묘역에 묻었다. 한 달 뒤 이 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 씨는 ‘신원미상자’로 처리됐다.

당시 확인된 신원미상 유해는 11기. 2001년 국립5·18민주묘지로 시신을 옮겨오면서 6기의 신원이 밝혀졌다. 신 씨는 1묘역 4구역 90번 무명열사 묘에 안장됐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최근 90번 무명열사와 신 씨의 동생(53) 유전자를 확인해 ‘아버지가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동남’이라는 이름을 41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 희생자#신원미상자#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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