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랑이 이야기, 美 최고 아동문학상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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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테이 켈러
외할머니 들려주던 한국 전래동화서 영감 받아 ‘호랑이를 잡을 때’ 집필
美도서관협회 선정 ‘뉴베리상’ 받아 “사랑-희망 생각해보게 하는 걸작”

작가 테이 켈러(왼쪽 사진)와 동화책 ‘호랑이를 잡을 때’ 표지.
작가 테이 켈러(왼쪽 사진)와 동화책 ‘호랑이를 잡을 때’ 표지.
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장편 동화책으로 미국 아동·청소년 문학계 최고상인 뉴베리상을 받았다.

미국도서관협회(ALA)는 25일(현지 시간) 지난해 출간된 아동·청소년 도서 중 분야별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면서 테이 켈러(27)의 ‘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를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21년 처음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뽑는 뉴베리상은 아동·청소년 도서계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상 가운데 하나로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전래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사랑과 상실, 희망을 생각해 보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뉴베리상 100번째 수상작이 된 이 책은 304쪽 분량으로, 지난해 1월 펭귄 랜덤하우스에서 출판됐다.

켈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 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한국인인) 외할머니가 내게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 속의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릴리로 하여금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밝혀내게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이야기를 양분으로 자랐다”고 덧붙였다.

켈러는 2018년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을 펴낸 뒤 “인종과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군 위안부(Comfort Woman·1997년)’와 ‘여우 소녀(Fox Girl·2002년)’를 쓴 노라 옥자 켈러 씨(54)다. 어머니 켈러 씨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 하와이로 이주했다.

한편 ALA는 그림동화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콜더컷 메달을 ‘우리는 물의 수호자(We Are Water Protectors)’의 그림을 그린 알래스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미카엘라 고드에게 수여했다. 1937년 콜더컷 메달이 제정된 후 미국 원주민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ALA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을 기리기 위해 흑인 작가를 대상으로 제정한 코레타 스콧 킹 상의 작가 부문은 ‘비포 디 에버 애프터(Before the Ever After)’를 쓴 재클린 우드슨에게 수여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 호랑이#전래동화#테이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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