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청년’ 위해… 老교수 27명이 모였다

조종엽 기자 입력 2018-05-31 03:00수정 2018-05-3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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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 ‘백수 축하’ 행사
16개大 철학과 명예교수 한자리… 김형석 교수 “끝까지 쓰고 말하자” 당부
인촌상 상금 1억 독서모임 기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8)의 백수를 기념해 30일 서울 중구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철학계 원로 간담회에서 명예교수들이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차인석(서울대), 오영환(연세대), 김형석, 이초식(고려대), 김여수 교수(서울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너 명도 모이기 쉽지 않은 16개 대학의 철학과 명예교수 27명이 한자리에 둘러앉는 진풍경이 30일 펼쳐졌다. 대부분 80대인 이들은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8)가 지난달 맞은 백수(白壽·우리 나이 99세)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 모였다. 1985년 퇴임한 김 교수는 지금도 활발한 강연과 저술로 ‘100세 시대’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일제강점기를 살아서 그런지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우리끼리만 즐기는 철학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도 많이 쓰고 강연도 많이 했지요. 철학과 사회를 연결짓는 철학의 사회 참여라고 할까요. 살면서 그건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교수는 이날 1920년생 동갑으로 우정을 나누며 함께 대중적 철학 저술에도 힘썼던 고(故) 안병욱 김태길 교수 이야기를 꺼냈다. 김 교수는 “결국 무엇을 버리고 찾을 것인가 하는 가치관이 중요하다”며 “여러분도 학교를 떠나 시간의 여유도 있으니 책을 내거나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75)는 “김형석 교수님이 ‘나처럼 백수까지 일 좀 하라’고 후학들에게 강조하시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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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원로 철학자 중에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비롯해 김 교수의 책이나 강연에서 영향을 받아 철학의 길을 걷게 된 이도 적지 않았다.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77)는 “원래 목사가 되려 했는데 1958년 고교 졸업을 앞두고 흥사단에서 회의하며 반성하게 만드는 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게 철학과를 지망한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축하 행사 뒤 ‘한국적 상황을 생각한다’는 간담회가 이어졌다. 김형석 교수의 아들인 김성진 한림대 명예교수(72)의 발표를 시작으로 철학자들의 대화가 진행됐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80)는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를 최근 듣고 ‘최소 수혜자가 최대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을 떠올렸다”며 “가장 불행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휴머니즘이고, 한국 사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삼열 교수는 “남북관계의 변화로 남남 갈등이 심각한데 철학계가 상처를 치유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한마당을 여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 교수의 아호를 따 만든 ‘송촌(松村) 문화모임’이 이날 행사를 열었다. 제31회 인촌상 수상자인 김형석 교수는 상금 1억 원등을 이 모임에 모두 기부했다. 이 모임은 독서문화운동 단체 ‘한우리’의 발기인과 초대 회장으로 일했던 김 교수의 뜻에 따라 중고교생의 독서를 장려하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철학계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있다.

이날 현직 교수로는 안병욱 교수의 아들인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61)이 참석해 돌아가신 아버지 ‘절친’의 백수를 축하했다. 강원 양구군에 2012년 만들어진 ‘김형석 안병욱 철학의 집’은 새 단장을 마치고 다음 달 하순경 재개관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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