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뒤에 쪽박… 봉사 눈 뜬 ‘갈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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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통한 기부 나선 ‘갈갈이 패밀리’ 출신 이승환씨

푸드트럭을 타고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기부 활동을 펴고 있는 이승환 씨. 그는 “외식할 기회가 적은 복지시설의 아이들을 위해 야외에서 음식을 먹고 공연을 볼 수 있는 복합 기부문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푸드트럭을 타고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기부 활동을 펴고 있는 이승환 씨. 그는 “외식할 기회가 적은 복지시설의 아이들을 위해 야외에서 음식을 먹고 공연을 볼 수 있는 복합 기부문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좋아서 개그맨이 됐었죠. 같은 이유로 지금은 기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서 ‘갈갈이 패밀리’라는 코너가 한참 인기를 끌었다. 개그맨 박준형이 “무∼를 주세요!”라고 외치며 이빨로 진짜 무를 갉는 장면이 인상적인 코너였다.

공익재단법인인 W재단의 추진위원장인 이승환 씨(43)는 당시 3인조 갈갈이 패밀리 중 한 명. W재단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캄보디아, 피지 등에서 구호사업을 하거나 국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이 씨는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다 W재단 이욱 이사장을 만나 재단에 참여했다.

2002년 개그맨 활동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돈을 꽤 벌기도 했지만 부도를 맞은 뒤 현재는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사업을 하다보니 수십억 원을 벌거나 잃는 부침을 겪었다”며 “돈을 좇으며 살았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져 기부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어떻게 기부 활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을 웃기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으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개그맨도 그래서 됐고요. 제가 가장 잘하는 음식과 웃음을 결합한 기부 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가맹점 중 한 곳에서 소외계층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의 삼겹살’ 행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후 사업 실패로 ‘사랑의 삽겹살’은 중단됐지만 푸드트럭으로 이를 되살렸다. 월 1, 2회씩 소외계층을 위해 밥차를 지원하거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해 보육원 등에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 ‘식당 사장’ 출신인 데다 2013년 요리책을 냈을 만큼 음식엔 자신 있었다. 직접 음식을 나눠주며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을 걸고 평소 알고 지내던 야구선수 추신수, 개그맨 권혁수 등의 스타를 배식 담당으로 섭외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푸드트럭을 하루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약 300만 원은 이 씨가 강연 등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거제도로 푸드트럭을 몰고 가 결손가정 아이들 50여 명에게 스테이크를 만들어 줬는데 처음 먹어본다며 무척 좋아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가슴이 벅찼다”며 “앞으로는 푸드트럭과 공연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기부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푸드트럭 기부#이승환#갈갈이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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