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서울 신촌 스타광장에서 색소폰 연주자 4명으로 구성된 ‘색소폰콰르텟’이 길거리 경연을 펼치고 있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이들은 무대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이번 경연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인씨엠예술단 제공
“저희들이 설 만한 무대가 없잖아요.”
해가 지면서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혀 가던 15일 저녁 서울 신촌 스타광장. 조금은 특별한 오디션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걸음을 붙잡았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클래식 음악 전공 청년들이 참가한 ‘길거리 경연’이었다.
관객들은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공연에 큰 박수를 보냈다. 100여 개 좌석은 꽉 찼고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본 이들이 어림잡아 수백 명이었다.
경연에 참가한 백석영 씨(23·여)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선배들을 보면서 연주 기회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백 씨 등 20대 중반 여성 색소폰 연주자 4명이 지난해 12월 결성한 팀 이름은 ‘색소폰콰르텟’. 이 팀은 이수연 씨(24)가 우연히 경연 참가자 모집 현수막을 본 뒤 연주 모습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어 신청했다.
연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류경임(29·여·졸업), 김우진 씨(28·4학년)는 ‘신촌 남매’라는 듀엣을 이뤄 참가했다. 김 씨는 “무대가 너무 간절했다. 우리 같은 청년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경연에는 30여 팀이 신청해 10개 팀이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예선을 치렀다. 본선에는 나란히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욱재(30), 김우진 씨(26)의 ‘바리스타’와 대학원생인 박요셉 씨(25)까지 총 4팀이 올랐다. 색소폰콰르텟과 박 씨가 공동 1등으로 상금 100만 원씩, 바리스타와 신촌 남매가 공동 2등으로 상금 50만 원씩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비영리전문예술법인 ‘인씨엠예술단’이 청년 세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노희섭 인씨엠예술단장(47)은 “해외 공연 직수입 확대 등으로 국내 음악인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청년들도 절박한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노 단장의 300번째 길거리 공연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성악 버스커’인 그는 경연에 앞서 가곡 ‘선구자’와 ‘목련화’,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 10곡을 불렀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기 위해 19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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