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전사자 7052명 이름 불러줘 뿌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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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25참전용사기념공원서… 12시간 호명식 이끈 웨버씨

25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카투사 전사자 호명식에 참석한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91)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5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카투사 전사자 호명식에 참석한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91)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카투사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도 없었을 겁니다.”

6·25전쟁 발발 66주년인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 오전 9시부터 12시간 가까이 6·25전쟁에서 전사한 카투사(미군 배속 한국군) 병사 7052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이 진행됐다. 카투사전우회연합회(회장 김종욱)와 함께 이날 행사를 주도한 윌리엄 웨버(91)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은 30도 가까이 치솟는 무더위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산화한 전우들의 이름을 불렀다. 6·25전쟁에 참전한 카투사는 2만5000여 명으로 이 중 1만1000여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한미 양측이 확보한 전사자 7052명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으로 부르게 됐다.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웨버 이사장은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성공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여 명의 한국과 미국 관계자가 돌아가며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웨버 이사장은 자신의 순서가 아닐 때는 전우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힘겹게 왼손을 올려 거수경례를 했다. 수전증을 앓고 있는 그의 왼손은 계속 떨렸다.

지난해 7월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용사 3만6574명의 호명식도 주도했던 웨버 이사장은 “지난해 첫 호명식이 너무 힘들어 이번엔 후배에게 맡기려 했지만 카투사들의 희생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나섰다”며 “한국이 누리는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6·25참전용사기념공원#카투사 전사자#카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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