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1등? 노는 것도 1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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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70년만에 출범 ‘서울대 응원단’… 치어리더 강사 초청해 안무 배우고
교내 밴드 통해 응원가도 만들어… 실력? 평창올림픽 홍보 맡았어요

개교 70년 만에 창단한 ‘서울대 응원단’ 학생들이 지난달 열린 ‘서울대총장배 구기대회’에서 본격적인 응원을 앞두고 멋진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응원단 제공
개교 70년 만에 창단한 ‘서울대 응원단’ 학생들이 지난달 열린 ‘서울대총장배 구기대회’에서 본격적인 응원을 앞두고 멋진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응원단 제공
서울대 개교 70년 만에 처음으로 응원단이 생겼다. ‘공부만 잘하는’, ‘놀 줄 모르는’이라는 딱지가 붙은 서울대에 대한 딱딱한 통념을 유쾌하게 깨보겠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뭉친 결과다.

서울대 응원단 창단은 지난해 5월 한 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왜 서울대에는 응원단이 없을까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는 내용이었다. 유지윤 씨(20·여·정치외교학부)는 “우연히 고려대 축제에 놀러갔다가 응원단과 함께 학생들이 어깨동무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글을 쓰게 됐다”며 “내 생각에 동조해 적극 호응해 준 동료 학생들과 함께 응원단 창단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단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단원 모집도 지지부진했고 기본적인 응원 안무 짜기도 어려웠다. 응원단 창단을 주도한 이해성 씨(24·경영학과)는 “성공만 해오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일부 서울대 학생들이 ‘너희들이 잘할 수 있겠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처음엔 회원 모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움직이자 학생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8명으로 출발한 서울대 응원단은 지난해 가을 대한치어리딩협회의 전문 강사를 초빙해 3개월여간 응원 기본기와 안무 등을 배우며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나섰다. 한 번 불붙은 열정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유진 씨(21·여)는 “강사들에게 ‘더 가르쳐 달라’고 읍소할 정도로 열심히 배웠다”며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응원단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원가도 직접 작곡했다. 교내 밴드 등에 의뢰해 서울대 교훈을 딴 ‘진리의 빛’,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응원가를 만들어 응원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 응원단은 올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처음 응원전을 선보였다. 공식 데뷔전이라기보다는 리허설에 가까웠다. 서울대 응원단은 올 3월 34명으로 공식 출범해 교내 체육대회에서 응원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청소년 치어리딩 페스티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4월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대학생 홍보팀으로 뽑혔다.

이해성 씨는 “우리 응원단은 연고전(고연전)처럼 학교 간 대항전에 나서 응원하기보다는 교내 체육대회 등 서울대 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곳에서 활동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연세대 아카라카, 고려대 입실렌티처럼 명성 있는 응원단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서울대 응원단도 멋진 이름을 찾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대#응원단#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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