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학력은 한마리 토끼… 한번에 잡을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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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대건고 교장 지낸 강석준 신부, 인성교육 30년 담은 책 ‘PESS야, 놀자’ 출간

충남 계룡시에 있는 PESS청소년교육연구소에서 만난 강석준 신부는 연구소를 인성교육사 및 전인교육사 자격증 발급 기관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그는 자신의 월급과 강연료를 털어 이 연구소를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계룡=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계룡시에 있는 PESS청소년교육연구소에서 만난 강석준 신부는 연구소를 인성교육사 및 전인교육사 자격증 발급 기관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그는 자신의 월급과 강연료를 털어 이 연구소를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계룡=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982년 충남 논산대건고에 교목 신부로 부임한 한 사제가 “교육은 왜 하는 거지?”라는 화두에 골몰했다.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 내는 것이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인성교육 강화를 주창했다.

적지 않은 교사들은 “인성교육으로 학력이 떨어지면 학부모 원성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이었지만 ‘인성과 학력은 한 마리 토끼’라는 그의 확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침내 교장이 된 그는 1년 만인 1996년 ‘교육의 희년(성서의 개념으로 50년마다의 해방의 해)’을 선포했다. 마침 개교 50주년을 맞는 해여서 변화 요구도 많았다.

강석준 충남 천안 신부동성당 주임신부(65)가 교장으로 재직한 15년 동안 지역에서조차 평범했던 대건고는 특목고를 포함해 전국 50위권 안팎의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과 학교폭력도 걱정하지 않는다. 2006년 PESS청소년교육연구소를 연 강 신부는 지난달 30일 연구소 개원 10주년을 맞아 ‘PESS야, 놀자’ 출판기념식을 갖고 인성교육 30여 년의 경험을 공개했다.

그의 인성교육은 PESS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체와 건강 증진(Physical), 정서(마음) 계발(Emotional), 정체성 및 의식 개발(Spiritual), 자기주도적 학습(Study & Service) 등 4가지 덕목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계발한다는 것.

PESS가 적용된 대건고에는 취미·스포츠·학습 등 세 종류의 동아리 200여 개가 운영되고 학생들은 개인당 2, 3개씩 참여해 대학을 방불케 한다.

학생들은 전통예절 교육과 성인식, 자연 탐사,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공유한다. 10년 후 나의 모습과 이를 이루기 위한 연간 월간 주간 계획을 설정하고 점검하는 ‘PESS 플래너’를 매일 꼬박꼬박 기록한다.

강 신부는 “자아(자신) 친교(대인) 생명(자연) 역사(사건) 존재(사물) 등 5가지 영역의 지식을 머리로 받아들인 뒤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면 정서적 안정감과 집중력, 교사와의 신뢰 관계가 높아져 학력도 신장된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칠판에 쓸 내용을 유인물로 제공하고 절약된 시간에 토론을 하는 ‘파일식 수업’, 학습 효과를 감안한 ‘영어·수학 이동 수업’, 전체부터 조감하는 ‘사회·과학 고공 학습법’ 등으로 학습법도 바꿨다. 2학년 때 석박사 동문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소논문도 한 편 완성하게 했다. 1996년 1학년 240명 중 16명이던 모의고사 전국 상위 10% 이내가 3학년 때에는 87명으로 불어났다.

이런 노력은 대건고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180도 바꿔 놓았다.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프로젝트 심사단이 최우수 고교로 선정했다.

2005년에는 교육과정 전국 최우수 고교로 선정됐다. 일본의 일부 대학은 학교 추천만으로 대건고생을 받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

최근 2010∼2015년 입시 결과를 보면 한 학년이 230명인 이 학교는 해마다 평균 국내 3대 최고 명문대에 20명, 수도권 대학에 90명, 경찰대 및 사관학교에 10명 안팎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강승구 현 대건고 교장은 “학업 능력과 더불어 품성을 강조하는 우리의 교육과정은 입학사정관제 입시에서 더욱 강점을 발휘한다. 전국의 신흥 명문고나 특목고, 일반고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강 신부는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지식이 아니라 ‘의식’을 평가할 수 있어야 고교 인성교육이 완성된다”며 “그러려면 에세이만으로 선발하는 등의 주관적 평가에 뒤따를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룡=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논산대건고#강석준#pess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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