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스모킹 건’ 인양한 건, 스러진 전우들 영혼이 도운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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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년 앞두고 당시 탐색구조 지휘 권영대 대령 ‘폭침 어뢰를 찾다’ 펴내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군을 믿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6주년을 앞두고 당시 해군 특전대대장으로 특수전전단(UDT/SEAL)의 탐색구조 작전을 지휘한 권영대 대령(51·해사 42기·사진)이 당시의 현장 기록을 정리해 ‘爆沈(폭침) 어뢰를 찾다!’(조갑제 닷컴)라는 책으로 펴냈다. 희생 장병 수색부터 북 잠수정이 쏜 어뢰의 발견 및 인양까지 56일간의 험난했던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권 대령은 “강한 조류와 얼음장 같은 수온,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천안함 46용사를 수습한 UDT/SEAL 대원들의 사투와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 북 도발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발견 과정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6년이 흘렀지만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계속되는 현실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건져 올린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권 대령은 4년 전부터 관련 자료와 기록을 정리했다. 책을 완성하기까지 개인적 생각은 가급적 배제하고 현장에서 목격하고 확인된 사실 위주로 썼다고 한다.

책 속에는 수색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한 준위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사고 직후 미 해군 구조함으로 이송된 한 준위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미 의료진이 포기하려 했다. 권 대령이 한 시간 더 해보자고 요청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답답한 양반아.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라고 한 준위의 얼굴을 보면서 화를 냈다고 권 대령은 회상했다.

그는 “중위 때 한 준위를 UDT 교관으로 만나 26년간 막역한 관계였다”며 “최고 베테랑으로 항상 후배들보다 먼저 위험에 뛰어드는 참군인이었다”고 적었다. 당시 한 준위의 부인인 김말순 씨는 권 대령의 위로와 사과 전화를 받고 “대원들의 수색 현장에 더 신경을 써 달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어뢰 잔해를 발견하기까지의 일화도 자세하게 소개했다. 쌍끌이 어선을 동원한 수색에 대해 ‘원시적 방법’이라는 비판과 불신이 있었고, 현장 지휘를 맡은 자신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는 것. 하지만 해군과 합동조사단의 과학적 분석과 김남식 선장 등 선원들의 노고가 합쳐져 수색 일주일 만에 ‘스모킹 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권 대령은 “기상 악화와 높은 파고 등 악조건에서도 북 어뢰 잔해를 인양하는 순간 물속 전우의 영혼들이 결정적 증거를 그물에 담아주고 쉬러 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탐색구조작전 상황이 왜곡되거나 일부 언론에 잘못 보도되면서 현장에 투입된 군 장병의 사기가 꺾이고, 군이 불신을 받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또 국가적 재난의 수습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된 모든 사람이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령은 “국민의 편안한 삶과 평화를 지키는 군인의 사명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북의 위협에 대한 경계와 안보의식이 갈수록 무뎌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탐색구조 작전의 공적을 인정받아 보국포장을 받았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를 이어 해군에 입대해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천안함#폭침 어뢰를 찾다#권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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