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차 교수 “재일교포들이여, 모순과 억압에 저항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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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차 日가나가와대 명예교수, 9월 교토서 잡지 ‘항로’ 펴내

“광복 후인 1950년 한국에 돌아가는 배를 타려고 부모님과 함께 마이즈루(舞鶴) 항 대기소에서 석 달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출항 하루 전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윤건차 가나가와대 명예교수(71·사진)의 첫 기억은 65년 전 교토(京都) 부 마이즈루의 수용소 같던 대기소에서 시작된다. 당시 나이는 6세.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그와 가족은 교토에 돌아왔고 윤 교수는 평생 재일교포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재일교포의 삶은 쉽지 않았다. 명문 교토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을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는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방대인 가나가와대에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그는 대학에서 한반도 및 일본의 근대사와 사상사를 연구했으며 지난달에는 ‘재일교포 사상사’ 1권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식민지 시대 재일교포들이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와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냈다. 또 지난해 퇴직 후에는 고향인 교토로 돌아와 지난달 재일교포 잡지 ‘항로(抗路)’를 창간했다.

윤 교수는 잡지 제목을 항로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일본 남한 북한 등 어느 한 나라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모순과 억압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재일교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에서 지은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재일교포#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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