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60·사진)가 11일 생물다양성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를 방문했다. 이 교수는 2007년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존에 관한 국제협력단(ICUBEC)’을 구성해 9년째 이끌고 있다. 정작 그에게는 심포지엄 참석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얀마 정부 측에 국제협력단 산하 연구팀이 제작한 ‘생물도감’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이 224쪽짜리 컬러 도감에는 국제적 희귀종인 페이어스리프 원숭이, 킹코브라, 버마날도마뱀붙이 등 척추동물 97종, 곤충 80종, 식물 100종 등 총 279종의 정보가 담겼다. 연구팀이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이는 연구팀이 2011년부터 4년간 미얀마 중부 포파 산 일대의 밀림을 샅샅이 뒤져 만든 노력의 결실이다.
환경부는 협력단을 통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이른바 ‘생물다양성 집중지역’에서 조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나라들의 생태계 보전을 돕는 ‘국제 원조’인 셈이다. 나아가 미래 자원 중 하나인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2010년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나고야 의정서’가 발의된 것도 생물다양성 조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나중에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지요. 생물도감을 제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1년에 10회 이상 포파 산을 비롯해 미얀마 일대를 탐사했다. 탐사 횟수가 총 50회를 넘는다. 도감에 포함된 식물을 포함해 미얀마 일대에서 연구팀이 처음으로 찾아낸 생물자원은 70여 종에 이른다. 미얀마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과 국제적 신종을 포함한 수치다.
탐사는 생각한 것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같이 일할 현지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부터가 큰일이었다. 지금은 민선 정부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미얀마는 군사정부가 통치했다.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은 연구팀이 현장조사를 벌일 때마다 감시단을 붙였다. 일거수일투족을 바로바로 기록하는 감시단은 존재 자체만으로 연구팀에 큰 스트레스였다.
이 교수는 “오전 4시부터 밤 12시까지 밀림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작업하는 건 다반사였다. 거머리에게 물려 팔다리가 퉁퉁 붓는 연구원도 있었는가 하면 중간에 더는 못하겠다며 떠나버린 연구원까지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 교수는 “생물다양성 조사 사업은 타지의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미얀마인들 스스로가 생물자원을 보전 및 이용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앞으로 동남아국가 내 조사 지역을 넓혀가며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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