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편찬연구소가 군번과 계급이 없어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미군 극동사령부 예하 켈로부대(8240유격부대)의 미군 공식 표창 기록을 발굴했다.군사편찬연구소 제공
6·25전쟁 당시 군번도 계급도 없이 대북 첩보를 수집하는 특수전 임무를 수행했던 유격군8240부대(켈로부대)원의 공적을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문서가 처음 발견됐다. 미국은 그동안 부대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부대원의 구체적인 공적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에 미온적이었다. 이번 문서 발견으로 미 정부가 보상에 나설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발굴 자료는 1952년 10월 26일 미 극동군사령부가 작성한 유격군8240부대 지휘관 20명에 대한 미군 훈장 추천서다. 각각의 서류엔 부대원의 이름, 구체적인 활약상과 함께 미군의 ‘자유기장(Medal of Freedom)’ 훈장 추서를 추천한다고 기록돼 있다. 자유기장은 미국이 외국 국적의 군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유격군8240부대 예하 울팩1부대 부대장이었던 박상준 씨(91)의 기록에는 “1650명의 부대원을 이끌고 1952년 3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126회의 게릴라전을 치렀다. 두 번의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전장을 지키며 2500명의 적에게 사상을 입히는 영웅적 전과를 올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박 씨를 비롯한 유격부대원 20명은 미국의 훈장을 받지 못했다.
이 문서를 발굴한 군사편찬연구소 남보람 소령(39·학군 35기)은 “미 극동사령관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받지 못한 것은 당시 긴박한 전황으로 미국 워싱턴에까지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그 경위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격군8240부대 참전 유공자들은 미군이 발급한 통행증 등으로 참전한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공적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울팩3부대 중대장으로 활약했던 박충암 한국유격군전우회 총연합회장(83)은 공적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로부터도 무공훈장을 받지 못했다. 그는 “생존한 부대원 1800명 중 훈장을 받은 사람은 40여 명에 불과하다”며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유격부대원의 명예를 찾아주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팩’ ‘동키’ 등 30개 예하 부대로 구성된 3만여 명 규모의 유격군8240부대는 6·25전쟁 당시 동·서해상 군사 거점지역에서 대북 첩보를 수집하고 후방을 교란하는 게릴라 작전을 벌였다. 포로 및 난민 송환 임무도 맡았던 이들은 모두 북한지역 출신이다. 전쟁 중 5196명이 전사했고 2000여 명이 다치거나 행방불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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