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婦有別은 차별아닌 각별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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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취임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성균관 명륜당 앞에 선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성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성균관 명륜당 앞에 선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성균관 제공
“유림(儒林)이 작심했습니다. 과거의 때를 벗겨내고 투명한 성균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19혁명과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5·16군사정변에 반대하다 두 차례 투옥됐다 유림의 수장이 된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76)의 말이다.

13일 선거에서 당선돼 제30대 성균관장에 오른 그는 2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균관의 쇄신과 재건을 약속했다. 서 관장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유교진흥대책위원회 위원장, 동양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대학 시절 4·19혁명 선봉 및 민족통일전국학생 성대조직위원장을 맡아 퇴학당했다 재입학하기도 했다.

지난해 성균관은 최근덕 전 관장(81)이 국고보조금 수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도덕성 논란과 함께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이후 성균관의 개혁에 앞장섰던 서 관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고령의 유림들이 80% 넘게 선거에 참여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전임 관장과 일한 경력도 없고 빈털터리인 제가 당선된 것 자체가 개혁이고 정화입니다. 환골탈태한 유림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서 관장은 인재 양성과 풍속 순화를 위해 유림의 가르침과 생활을 접목하는 생활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통상 ‘1000만 유림’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유림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40년 이상 반목해온 사단법인 유도회와 성균관유도회를 통합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민중유교로 가야 한다”며 “조상 은공에 감사해 제사 지내고, 부부 생활을 정결하게 하고, 세금을 잘 내면서 어렵지 않은 유학 책을 읽으면 누구나 유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유학을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예법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현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유림 예법을 만들겠다”며 “부부유별은 부부차별이 아니라 부부각별(各別)인 셈”이라고 밝혔다.

서 관장도 부엌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부엌에 들어갈 뿐이겠나. 늙으면 부인이 병날까 제일 걱정이다”라고 했다. 취임식은 28일 낮 12시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다. 임기는 3년.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정기#성균관장#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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