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회장 “계열사 사장 낙하산 인사 안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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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신임 우리금융회장 포부 밝혀

“은행 지점장에 대한 평가는 부하직원들이 가장 잘 압니다. 지점장이 매일 영업하러 나가는데 몇 달 뒤 새로운 고객이 나타나면 ‘지점장이 고생하는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새 고객이 오지 않으면 어떨까요. ‘나가서 노는구나’라고 판단하죠.”

14일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한 이순우 회장 겸 우리은행장(63·사진)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향 평가를 토대로 민원이 통하지 않는 인사의 틀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197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행원으로 출발해 행장을 거쳐 지주사 회장까지 오른 첫 인물이다.

―부행장을 계열사 사장으로 보내는 낙하산식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부행장마다 역량에 차이가 있고, 계열사별로 필요한 역량이 다르다. 이번 인사에선 전문성, 열정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영업력, 민영화 적합성의 세 가지 원칙만 보겠다. ‘평소 놀던 사람이 승진했다’는 말을 안 듣도록 하겠다.”

―통상 회장들은 ‘인사 청탁’을 많이 받지 않았나.

“내 성질을 알아서인지 직원들이 나한테는 안 한다. 계열사 사장 인사 때는 전문성은 기본이고 영업력을 특히 중요하게 볼 거다. 최근 지주사 및 은행 인사를 했는데 다들 조용하다. 비교적 인사를 잘했다는 뜻이다. 일 잘하는 사람 찾아서 그 자리에 앉히고 전적으로 맡기면 된다. 우리은행 농구단도 감독 한 사람 바꿨더니 만년 꼴찌에서 1등하지 않았나.”

―민영화를 앞두고 KB금융과의 합병 등의 얘기가 들린다.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나를 믿어주는 직원이 많아서 그런지 내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이렇게 된다고 하더라’ 하는 얘기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민영화 과정에서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잘해나갈 자신이 있다.”

―과거 민영화가 실패할 때마다 우리금융의 손실이 컸다. 최근 여러 민영화 방안이 거론되면서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인데….

“지난 민영화 과정에서 영업력이 훼손된 점이 아쉽다. ‘호박씨 까서 한 입’이란 말이 있다. 호박씨는 껍질이 딱딱해서 까려면 손톱이 다 까진다. 그런데 먹는 건 ‘한 입에 톡’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직원들이 카드 하나, 방카쉬랑스 하나 팔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잘 알고 있다. 어디를 떼서 어디에 붙이고 하는 민영화 방식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최근 인수하기로 한 우리카드 배구단을 포기한다는 말이 들린다.

“자생력 없는 우리카드가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 (우리은행) 농구단도 있고 (우리투자증권) 골프단도 있는데 굳이 필요 없으면 백지화해야 한다. 마케팅 효과가 과연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도록 지시했다. 체육공헌도 사정이 될 때 하는 것인데 우리카드는 그럴 사정이 아닌 것 같다.”

신수정·홍수용 기자 crystal@donga.com
#이순우 우리금융회장#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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