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다 암투병 아내 간병이 남편의 도리라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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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원 공주시장 “내년 선거 불출마”
삭막한 정치판서 잔잔한 화제 불러

“사랑하는 아내가 지금 암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아니라 남편 노릇을 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27일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청 상황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준원 시장(48·사진)은 눈물을 억누르며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아내는 제가 박사학위를 준비할 때 아무 불평 없이 생계를 도맡고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아내가 병에 걸린 뒤에야 병 수발을 하겠다고 나선 제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공주대 행정학과 교수였던 이 시장은 41세 때인 2006년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창당한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해 공주시장에 당선된 뒤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해 현재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력한 당선 후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빨리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공주를 위해 일할 인재들에게 미리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부인 왕은성 씨(47)는 지난해 1월 정기검진 과정에서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다음 달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이 시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아내가 병을 얻게 된 것이 정치니, 뭐니 하면서 집안일을 뒷전에 미뤄 둔 내 탓인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수술이 잘돼 병세가 많이 호전됐지만 이 시장은 지난해 6월 아파트에서 공기 맑고 조용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공주시내에서 승용차로 20분쯤 떨어진 정안면 쌍달리 산골에 892m2(약 270평)의 터를 마련했다. 그는 “건축 관련 서적과 인터넷 정보를 뒤져 직접 집 구조를 설계했다”며 “아내의 건강을 위해 미니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어 은행에서 2억 원의 빚까지 졌지만 아내를 위한 일이라 아깝지 않았다. 이 시장은 조만간 신관동 아파트를 팔고 시골집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제 팔순의 어머니와 아픈 아내를 위해 직접 운전해 온천도 가고 텃밭도 꾸미고 싶습니다. 7년 동안 소홀했던 두 딸을 승용차에 태워 등교를 도우며 대화도 나누고 싶습니다.”

공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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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원#선거#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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