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강 “판-검사는 외롭고 변호사는 떳떳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25일 ‘법의 날’에 국민훈장 무궁화장 받은 이진강 前대한변협 회장

46년간 법조계에 몸담은 이진강 변호사는 26일 인터뷰에서 “법조인은 스스로 정직해야 정의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6년간 법조계에 몸담은 이진강 변호사는 26일 인터뷰에서 “법조인은 스스로 정직해야 정의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의재정아(義在正我). 정의는 자신을 먼저 정직하게 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이진강 변호사(70·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으로 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검사와 판사는 외로워야 하고, 변호사는 떳떳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스스로 정직해져야 정의로워질 수 있다는 뜻을 잊지 않기 위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뒀다.”

그의 목소리에는 46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는 25일 열린 제50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받았다. 이 변호사를 만나 검찰 개혁과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그는 1994년 성남지청장을 끝으로 23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찰 재직 중이던 1986∼88년에는 대검 중수부 1과장을 지내며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의혹 사건을 재수사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구속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폐지된 대검 중수부와 관련해 “내가 중수부 과장으로 있던 1980년대부터 중수부의 직접 수사권을 전국 특수부 검사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었다”며 “검찰총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도 커다란 칼을 혼자 들고 있으면 무뎌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날카로운 칼이 여러 개 있어야 힘이 더 세진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수부가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전국 특수부 검사들을 지휘하는 데 집중했다면 검찰 역량이 지금보다 더 커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사법부에 대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사법권 독립은 권력으로부터, 내부로부터, 그리고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완성될 수 있다”며 “인기나 여론에 휩쓸리는 재판이 아니라 소신과 용기를 갖고 법치에 입각해 판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여론에 반대되는 판결로 비난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보다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며 “여론몰이 재판 때문에 재판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여론을 형성하는 매체가 다양해지다 보니 국민의 뜻을 왜곡해 전달하는 사이비 언론까지 생겨났다”며 “언론이 국민의 뜻이 뭔지 정확히 파악해 전달해야 국가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앞두고 있다. 그는 “판검사가 되느냐, 변호사가 되느냐에 앞서 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잊어선 안 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며 “사회의 기틀인 법과 원칙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1997년 국선변호인으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할 줄 아는 변호사가 되면 돈 많은 부자 대신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쉬운 일 같지만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1999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 본부와 5개 지부에 법률센터를 설치해 무료 법률상담 체계를 확대했다. 당시 시작한 변호사와 소년소녀 가장 결연 사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훈장 무궁화장#법의 날#이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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