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老연극인에 시상식장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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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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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4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영예의 얼굴들. 왼쪽부터 이성열, 김광보, 윤상화, 이혜영, 여석기, 정운선, 이지연, 김은성, 윤정섭, 김원석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4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영예의 얼굴들. 왼쪽부터 이성열, 김광보, 윤상화, 이혜영, 여석기, 정운선, 이지연, 김은성, 윤정섭, 김원석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아연극상이 제정된 1964년부터 심사위원을 한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내년이면 50회를 맞는데, 변하지 않는 우직함을 그대로 지니기를 기원합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4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장에선 한 원로 연극인의 등장에 기립박수가 터졌다. 올해 91세의 나이로 특별상을 수상한 여석기 전 고려대 영문과 교수였다. 여 교수는 “상도 시대와 더불어 변하기 마련인데 동아연극상은 변함없는 우직함을 그대로 지니고 왔다. 기꺼이 이 특별상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우직함을 지킨 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수상소감으로 더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배우 고수희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김윤철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의 말처럼 “연출 경력이 긴 김광보, 노련한 신예 김은성, 신인이라는 명칭이 대단히 어색한 김원석…. 그동안 동아연극상과 인연이 없었던 새로운 인물”로 가득했다.

‘그게 아닌데’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는 “기획사나 공공단체가 제작하는 대형 연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대학로 소극장 연극, 동인제 극단이 만드는 저예산 연극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큰 상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부들’로 작품상을 공동수상한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는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 동아연극상이 있었는데, 극단을 창단한 지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 이 상을 받게 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기상은 ‘그게 아닌데’에서 코끼리 조련사 역을 한 윤상화 씨와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 롤을 연기한 이혜영 씨에게 돌아갔다. 윤 씨는 “연기상에 선정된 뒤 수상자다운 연기를 선보이려 했더니 안 되더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세 번째로 수상한 이 씨는 “이해하기 두려운 헤다 가블러를 연기하며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는데 오늘 시상식에서 용기와 목표의식이 선명해졌다”고 밝혔다.

2년간 수상자를 내지 못한 희곡상의 트로피를 받은 김은성 씨(‘목란언니’)는 “앞으로 연극만의 미학에 대해 성실하게 공부하면서 동시대의 아픔과 감각을 담을 수 있는 좋은 희곡을 쓰기 위해 정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분장 담당으로 첫 시청각디자인상(옛 무대미술·기술상) 수상자가 된 이지연 씨(‘꿈’)는 “제가 초석이 돼서 백 스테이지에서 노력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이 상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윤정섭 씨(‘꿈’)는 “가끔 집에 가면 아버지께서 ‘집에서 아들 노릇 못하니까 연극계에서 아들 노릇 잘하라’고 말씀하신다”고 했고, 함께 수상한 정운선 씨(‘목란언니)는 “가족들의 헌신과 사랑이 아니었다면 배우로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울먹였다. 신인연출가상을 받은 김원석 씨(‘더 게임―죄와 벌’)는 “나이 마흔에 신인연출가상을 받는다고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한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협찬사인 KT 최재근 전무, 원로배우 백성희 오현경 씨,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허순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심재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이사, 김철리 예술의전당 공연 부문 프로그램 디렉터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연극상 시상식#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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