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세계무역기구 수장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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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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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WTO 사무총장 입후보 결정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동아일보DB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동아일보DB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60)이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히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다. 박 본부장이 선출되면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경제기구 수장이 되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는 28일 박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하기로 결정하고, WTO 사무국에 후보자 등록을 한다고 밝혔다. 파스칼 라미 현 사무총장은 내년 8월 31일로 임기가 끝난다.

WTO는 무역분쟁 조정, 반덤핑 규제, 다자간 통상조약 협상 등의 권한과 구속력을 가진 무역·통상 기구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힌다. 한국은 1994년에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이 초대 사무총장에 도전했지만 이탈리아의 레타노 루지에로 통상장관에게 밀려 사무차장 직을 맡은 전례가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대학원을 졸업한 박 본부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통상학회 회장, 무역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김종훈 전 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 후임으로 취임했다.

당초 정부는 ‘그간 유럽이 주로 사무총장을 맡았으니 이번엔 개발도상국 차례’라는 지역순환론이 WTO 내에서 제기되면서 사무총장 도전에 큰 뜻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질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는 ‘인물론’이 힘을 얻자 서둘러 도전을 검토했고 박 본부장을 내세우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이 과거 GATT 체제 시절부터 줄곧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일군 대표국가라는 점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홍보할 예정이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 등을 한국 출신이 맡고 있어 “한국인이 너무 독식한다”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도 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WTO는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철저하게 실용과 효율을 앞세우는 기구”라며 “한국이 무역으로 여기까지 온 나라인 만큼 WTO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특정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기는 어렵고, 한국의 위상이나 박 본부장의 경력을 감안할 때 선출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총 7개국에서 후보등록을 마친 가운데 인도네시아 멕시코 후보 정도가 잘 알려진 것으로 꼽히지만 유력 주자로 거론되진 않고 있다. 내년 1∼3월 공식선거 운동을 거쳐 4, 5월 중 일반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가리고 회원국의 이견이 없으면 만장일치로 추대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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